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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순훈 미래온라인 회장

중앙일보

입력

"중소기업의 제품이 아무리 우수해도 대기업을따라가지 못합니다. 이는 기술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판매망 때문인데 이 문제는 e-커머스(전자상거래)만이 해결할 수 있습니다"

학자에서 대기업(대우전자) 회장과 정보통신부 장관을 거쳐 최근 벤처기업 설립자로 변신을 거듭하고 있는 배순훈(57) 미래온라인 회장.

지난 3월 리눅스원의 회장으로 취임한데 이어 위성인터넷 업체인 미래온라인을설립한 그는 이순(이순)을 앞둔 나이에도 불구, 과학기술원 교수와 방송진행자, 강연회의 연사 등 1인5역의 열정을 불사르고 있다.

경기도 분당에 자리잡은 미래온라인 건물에서 과거의 이력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소박한 사무실을 지키고 있는 그는 "벤처 비즈니스가 국가경제의 운명을 좌우하는 열쇠임에는 틀림없다"며 말문을 열었다.

"인터넷 무료전화 서비스의 등장으로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은 사업전략을 바꾸지않을 수 없게 됐습니다. 벤처가 대기업의 막강한 경쟁상대로 부상하면서 대기업이벤처를 두려워하게 된 것은 혁명이라 하겠습니다" 벤처의 거품론에 대해 "거품일 수도, 거품이 아닐수도 있다"고 선문답을 던진그는 "수익을 내는 업체는 거품이 아니며 돈을 벌려면 오프라인 업체와의 연계가 필수불가결하다"는 명쾌한 해법을 제시했다.
"중소업체가 대기업의 브랜드나 판매망을 따라갈 수 없는데 e-커머스는 이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인터넷에서는 제품에 대한 완벽한 비교가 가능해 브랜드가 별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ADSL이나 케이블은 동영상을무제한 공급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최고 45Mbps의 속도가 가능한위성인터넷을 시작했습니다. 위성은 시.공간에 전혀 제한을 받지 않아 잠재력이 큰데다 무엇보다도 문이 막 열리기 시작한 북한에서 엄청난 역할을 할 것입니다"

닷컴기업이든, ISP업체든 결국은 e-커머스 이외에는 별다른 방법이 없으며 미래온라인도 일단은 ISP사업으로 시작하지만 근본적인 전략은 B2B(기업간) 전자상거래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B2B가 제대로 정착되려면 무엇보다도 중소업체들이 실제로 비용을 줄여경영상의 이득을 볼 수 있어야 하고 그것이 수출과 연계돼 국가 전체의 생산성 향상을 가져올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주가가 지나치게 오를 때에는 CEO(최고경영자)가 자사의 잠재력 보다는 현실적한계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투자자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벤처가 거품론에 시달리는 것은 돈을 벌 수 있다는 확실한 믿음을 주지 못하기때문인데 우리는 주가를 띄우기 이전에 돈버는 것부터 보여줄 작정입니다".

"경영에 간섭을 받을 소지가 있다면 아무리 힘들더라도 대기업이나 외국업체의투자는 받으면 안됩니다"

최근 국내 벤처업계가 처해있는 상황에 대해 `탱크주의''의 전도사로 대우의 세계화를 선도했던 그는 할말이 무척 많았다. 그는 지난 3월 리눅스원 김우진 사장의 e-메일을 받은 것을 계기로 전직 장관으로서는 처음으로 벤처업계에 투신하게 됐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인텔이 세계 IT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상황에서 마땅한 대안으로 리눅스의 존재이유를 인식하고 있었던 그는 "고문으로 와달라"는 김사장의 요구에 "고문을 하느니 회장을 맡겠다"며 정공법을 택했다. 유상증자를 앞두고 전략적으로 그에게 접근했던 리눅스원은 곧바로 그의 `네임브랜드''가 가진 위력을 절감할 수 있었다.

리눅스원은 그를 영입한지 보름도 안돼 골드만삭스에 10%의 지분을 내주는 조건으로 60억원의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했으며 다소 삐걱거리던 미국 레드햇사와의협상도 더욱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리눅스원의 중장기 전략은 중국시장 공략입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만 나가서는 불법복제로 망하기 십상이니 하드웨어와 서비스까지 일괄 책임지는 `턴키''방식으로 가야할 것입니다" 일주일에 하루만 출근하면서 느긋하게 벤처의 맛을 즐기던 그는 미래산업 정문술 사장으로부터 위성사업의 제의를 받게 되자 "이번에는 내가 직접 해보겠다"며 34%의 지분을 출자, 창업자로 본격 변신했다.

"ADSL이나 케이블은 `임시방편''에 지나지 않지만 위성은 커뮤니케이션의 능력이무한대라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위성은 1년내에 대자본으로 가야만 성공할 수있다는 문제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미래온라인이 우선은 무궁화위성 1.5기를 빌려서 사용하지만 사용자의 욕구를완벽하게 수용하기 위해서는 위성을 직접 쏘아야 할지도 모르는데 위성 하나 올리는데 3천억원이라는 천문학적 자금이 소요된다는 것.

"위성 임대료는 월 3억5천만원 정도입니다. 가격경쟁력을 충분히 고려하더라도가입자가 3만5천명만 넘으면 회사는 별 부담이 없습니다. 올해 5만명의 가입자만 확보하면 설립 원년부터 돈버는 회사가 되겠지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위성인터넷 사업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시작되는 비즈니스인 만큼 그는 기본적인 틀이 잡힐때까지 혼신의 노력을 쏟을 작정이다.

그러나 그 이후의 경영문제에 대해서는 마음을 비우고 있다고 했다. 정문술 사장과의 조율을 거쳐 결정할 일이지만 대자본에 인수되거나 공모로 자금을 조달하거나 그리 중요하게 따질 일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지금 생각은 기초만 다져지면 일선에서 물러나 집필에 몰두하고 싶지만 나중에또 무슨 욕심이 날지도 모를 일이지요. 대기업 오너들을 보면서 떠난다는 것이 그리쉽지만은 않은 것 같더라고..." "비좁은 사무실이 갑갑하지 않습니까"라는 질문에 "벤처 비즈니스 아니냐"며 편하게 웃는 그의 얼굴에는 노장의 여유와 함께 나이와 무관하게 끝없이 솟아나는 불꽃같은 열정이 동시에 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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