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도 재래시장 문제는 쉽지 않은 숙제다. 그래서 행정가로서 서울시장의 능력이 명확하게 드러날 수 있는 부분이 재래시장 정책이기도 하다.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는 ‘북새통 프로젝트’를 공약했다. 시장에 문화시설 등을 만들어 사람이 모이게끔 하겠다는 취지다. 차별화된 공약은 신용카드 수수료율 인하(1.6~1.8%→1.5%)다. 후보 토론회에선 “면제까지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리 녹록지 않다. 재래시장 카드 수수료율 인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정부 출범 2년여가 지나서야 2~2.2%에서 1.6~1.8% 낮출 수 있었다. 현재 재래시장의 수수료율은 대형 할인점·백화점 수준이다.
이보우(신용카드학) 단국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수수료를 낮추면 20~30대 고객에게 친숙한 상거래 환경을 만드는 효과는 있겠지만 실익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수수료 인하는 연매출 9600만원 미만의 점포가 대상인데, 나 후보 공약대로 1.5%로 수수료율을 낮출 경우 점포당 수입 증가는 월 2만원 안팎이다.
박원순 야권통합 후보는 “재래시장 주변의 시설 확충도 필요하지만 문제의 본질은 대기업 계열 유통점(SSM)”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서울시장이 가진 조정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해 규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현행 규제는 재래시장에서 1㎞ 이내 입점은 허가에 가까운 등록제고, 그 외 지역에 대해선 서울시가 사업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조정권이 생긴 2009년 8월 이후 지금까지 80건을 조정했는데 이 중 절반가량(38건)은 자진 입점 철회였다. 대신 업체들은 매장에 대한 지분율을 50% 미만으로 낮추는 방법으로 규제를 피해가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간 규제 대상 SSM은 16% 늘었지만, 대형마트가 지분 50% 미만을 가진 변종 SSM은 6배로 늘었다.
박주영 숭실대 중소기업대학원장은 “규제를 강화하기도 어렵고, 규제를 해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며 “전통시장 한가운데에 SSM을 넣어 고객을 유입하는 등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유시장 최 전무는 “실현만 되면 두 후보 공약이 나쁠 건 없다”면서도 “시장 차원에선 출입구 쪽의 좁은 도로를 넓혀주고 주차장을 늘리는 게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김영훈 기자
사진=김도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