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백인 노인, 한인 식당 여종업원에 유산 상속

미주중앙

입력

사우스베이에 살던 80대 백인 노인이 단골이었던 한인 식당 여종업원에게 상당액의 유산을 남겼다. 자신을 가족처럼 대하며 친절하게 대해준 데 대한 보답이었다.

영화같은 스토리가 펼쳐진 곳은 토런스에 있는 C카페. 한인 박모씨 부부가 운영하는 이 곳은 올 봄에 세상을 떠난 척(Chuck) 할아버지의 단골집이었다.

은퇴 후 혼자 살던 척 할아버지는 매일 아침 이곳을 찾았다. 그가 C카페만을 고집한 이유는 이곳에서 따뜻한 가족애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대학 졸업 후 부모가 운영하는 이 식당에서 웨이트리스로 일을 돕던 큰딸은 척 할아버지를 친할아버지처럼 대했다. 어머니 박씨는 "딸이 척 할아버지 많이 챙겼다. 추수감사절이나 크리스마스가 되면 직접 음식을 만들어 전해주기도 했다"고 말했다. 박씨는 "우리 부부는 영어가 서툴러 척 할아버지와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지만 딸은 척과 많은 대화를 나누며 정감있게 지냈다"고 했다.

박씨 큰딸은 척 할아버지가 병원에 가야할 일이 있으면 먼저 나섰다. 운전을 해 병원까지 함께 가고 몇시간이고 기다렸다 다시 집까지 모셔 오기도 했다. 척 할아버지에게 박씨 큰딸은 가족 이상의 존재였다.

척 할아버지는 올 봄 세상을 떠났다. 그를 가족처럼 여겼던 식당 식구들 특히 매일 아침 그에게 따뜻한 아침 식사를 전했던 박씨 큰딸의 슬픔은 더욱 컸다.

그러던 어느 날 박씨 큰딸은 생각지도 못했던 전화를 받았다. 척 할아버지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변호사는 척 할아버지가 박씨 큰딸에게 편지와 함께 재산의 일부를 상속했다는 내용을 전했다.

전화를 끊고 박씨 큰딸은 척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은 날보다 더 많이 울었다.

어머니 박씨는 "생각지도 못한 전화를 받아 모두들 많이 놀랐었다"며 "딸은 특히 무엇을 바라고 한 일도 아니고 자신이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해 아무한테도 알리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어렵게 통화가 된 박씨 큰딸에게 척 할아버지에 대해 물었다. ”이제 시간이 많이 흘렀는데도 아직도 마음이 아프다. 할아버지와의 인연은 20년이 넘는다. 내가 별로 한 일도 없는데 세상에 이런 일을 알리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으니 매일 아침 척 할아버지에 건넸을 그녀의 인사가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하다.

“하이 척, 굿모닝”

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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