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보안법 … 견제 없는 종북의 자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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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11일 오후 인터넷으로 접속한 ○○○○○○연구소 홈페이지. 이곳 게시판에는 북한의 대남 선전 웹사이트인 ‘우리민족끼리’, 조총련 기관지 ‘조선신보’ 등에서 옮겨 온 기사가 버젓이 올라 있었다. 북한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공식 지명한 2010년 9월 28일엔 ‘당을 따라 주체혁명의 새 승리를 향한 조선의 대진군’이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위대한 김정일 동지를 변함없이 높이 모신 크나큰 영광, 주체위업 완성의 새 시대를 맞이한 감격과 환희가 강산에 차 넘쳤다”는 내용이었다. 이를 포함해 사이트 게시물들은 북한체제를 선전하거나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찬양하는 내용 일색이었다.

 또 다른 P사이트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메인 화면에 올라온 ‘북코리아의 강력한 반미군사 공세와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위기’라는 제목의 게시물은 노골적으로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고 있었다.

 검찰이 인터넷상의 종북(從北) 사이트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전국의 주요 지검·지청이 인터넷상의 사이버 이적표현물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서울남부지검은 10일 북한체제를 찬양한 혐의로 김모씨의 e-메일을 압수수색하고 글을 올린 경위를 캐고 있다.

 검찰은 최근 국내 포털 사이트 등에 개설된 인터넷 카페와 해외에 서버를 두고 있는 인터넷 사이트 등을 통해 북한의 선전·선동을 그대로 옮겨 놓는 글 등이 무차별적으로 유포되고 있는 사실에 주목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 망명을 시도하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의사 신모(59)씨는 친북 인터넷 카페 ‘세계물흙길연맹’을 운영했었다. 검찰은 신씨가 기소되면서 폐쇄됐던 이 사이트가 다시 활동을 재개했다는 첩보를 입수, 실제 운영자를 쫓고 있다.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던 도중 “김정일 장군 만세”를 외쳐 논란을 빚은 황모(43)씨도 ‘사이버민족방위사령부’라는 이름의 북한 찬양 인터넷 카페 운영자로 활동한 바 있다.

 국보법 전문가인 황교안 법무법인 태평양 대표변호사는 “김대중·노무현 정부 10년 동안 국가보안법이 경시되고 공안수사 인력이 홀대를 받으면서 공안사건 적발 건수가 현격히 떨어진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검찰 관계자는 “앞으로 종북 사이트에 대해서는 국가보안법 7조 (찬양·고무 등) 5항을 엄격히 적용해 처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조항은 문서·도화 기타의 표현물을 제작·수입·복사·소지·운반·반포·판매 또는 취득한 자를 처벌토록 하고 있다.

 대검찰청 공안부(부장 임정혁)는 다음 달 경찰·국가정보원·방송통신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함께 종북 사이트에서 이뤄지고 있는 북한 찬양행위를 단속하기 위한 공안대책회의를 한다고 11일 밝혔다. 임정혁 대검 공안부장은 “그동안 산발적으로 이뤄져 온 사이버 이적표현물에 대한 수사 정보를 공유하고 제대로 된 단속 시스템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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