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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통령 사저 관련 해명은 미흡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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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이명박 대통령은 늘 재산 문제로 곤욕을 치러 왔다. 이번엔 퇴임 이후 살 집이 문제가 됐다. 청와대는 적극 해명하고 나섰지만 의혹은 쉽게 풀리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가장 납득하기 힘든 점은 퇴임 후 살 집을 아들 이름으로 샀다는 점이다. 아들 시형씨는 재산이 거의 없다. 2008년 재산신고 당시 3656만원밖에 없었다. 이후 재산 신고를 거부하는 바람에 현재의 재산 상황을 정확히 알 수 없지만 큰아버지 회사인 다스에 근무하는 월급쟁이로서 큰돈을 모으진 못했을 것이다. 그런 그가 은행으로부터 6억원을 대출받고, 친척들로부터 5억원을 빌려 서울 서초구 내곡동 땅을 샀다고 한다.

 청와대의 해명은 모자란다. 대통령 이름으로 땅을 살 경우 인근 땅값을 비싸게 부를 것을 우려해 아들이 나섰다고 한다. 부동산 거래를 해본 사람들은 안다. 구입자를 굳이 알리지 않고도 땅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돈 없는 아들이 11억원에 대한 이자를 어떻게 갚을지도 의문이다. 나중에 대통령이 아들로부터 부동산을 살 예정이라는 대목도 이상하다. 왜 굳이 부동산 거래에 따른 각종 세금을 이중으로 부담하려고 하는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여하려고 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남는다. 청와대의 주장처럼 법적으로 아무 문제가 없을 수도 있다. 문제는 법 이전에 도덕성이다. 리더십은 도덕성에서 나온다. 많은 국민이 대통령의 도덕성을 의심하고 있다. ‘보금자리 개발 바람을 타려는 부동산 투기’라는 주장이나 ‘너무 호화판’이라는 등의 비난도 모두 도덕성과 관련된 감정의 표현들이다.

 이 대통령은 기업인으로 대성했기에 여러모로 도덕성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 대통령은 그런 취약성을 재산 헌납과 같은 희생으로 보완해 왔다. 많은 국민은 그런 희생을 보며 부정적 인식을 떨쳐 왔다. 임기를 마무리하는 단계에서 터져 나온 사저(私邸) 관련 의혹은 그동안 대통령의 노력과 희생에 먹칠을 하고 있다. 대통령의 명예와 정치리더십을 살려야 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해명과 과감한 조치가 따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