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설이 성공 비결, 뜰 만한 인재 발굴 달인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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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먼 코웰(52·사진)은 우리가 ‘서바이벌 오디션’이라고 부르는 ‘탤런트 리얼리티 쇼(talent reality show)’의 황제다. 영국에서 부계가 유대인, 모계는 스코틀랜드인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재산이 3억1100만 달러 이상이다. ‘여왕이 싫어해 안 될 것’이라는 풍문도 있지만 코웰은 작위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 그에겐 ‘영국이 미국에 준 최고의 선물’이라는 약간 비꼬는 평가도 있다. 프랑스가 ‘자유의 여신상’을 선물했듯 영국은 코웰을 통해 탤런트 리얼리티 쇼를 미국에 수출했다.

코웰의 비즈니스 모델은 단순하다. 그는 팝 아이돌, X팩터, 브리튼즈 갓 탤런트, 아메리칸 아이돌 등 영미권 탤런트 리얼리티 쇼의 심사위원으로 명성을 얻었다. 대서양 양편에서 ‘누구나 알 만한 이름(household name)’이 된 후 코웰은 명성을 기반으로 쇼를 제작·기획하고 우승자들의 음반을 제작하는 회사를 차려 돈을 벌었다. “꿩 먹고 알 먹고 둥지 털어 불 땐다”는 속담에 어울리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2002년 그가 창립한 회사(Syco)는 직원이 30여 명에 불과하지만 모회사인 소니뮤직엔터테인먼트의 체면을 세워주고 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되놈이 받는다”는 속담도 코웰의 비즈니스에 상당 부분 들어맞는다. 그가 만들고 운영하는 X팩터의 경우 시청자들이 누구를 찍건 ‘궁극적인 승자는 코웰’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돈 안 되면 금세 내뱉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수전 보일·리오나 루이스·폴 포츠 등 ‘코웰의 곰’들도 유명해지고 돈을 번다. 미국판 X팩터의 우승 상금은 500만 달러다. 영국에서 2010년 X팩터 최종회의 시청 점유율은 65%나 됐다. 그만큼 그의 쇼를 통해 셀레브리티가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코웰은 광고, 관련 상품, 레코드 판매 수입으로 더 큰돈을 번다.

코웰의 비결로는 우선 리얼리티 쇼의 ‘정신’에 충실하다는 점을 들 수 있다. 9월에 시작된 미국판 X팩터에 대해 코웰은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진짜 현실(true reality)을 보게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TV 진화의 역사에서 리얼리티 쇼는 멜로드라마·연속극의 요소를 흡수하는 한편 현실성은 점점 더 강화하고 있다. 그 정점에 코웰의 X팩터가 있다.

‘딱 보면 누가 뜰지 아는 것’도 코웰의 비결이다. 코웰 자신은 음악적 재능이 없다. 그는 “음악에 대해 모르는 게 득이 된다”고 주장한다. 모르기 때문에 자신의 직관을 따르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직관은 저절로 생긴 게 아니다. 코웰은 음악 산업의 밑바닥부터 배워나갔다. 그는 레코드사에서 가수 스카우트와 가수 능력 개발을 담당하는 부서(A&R)에서 일했다.

어쩌면 그의 최고 성공요인은 독설이다. 그가 2003년에 발간한 자서전의 제목은 『무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I Don’t Mean to Be Rude, But…)』이다. 이 말에 이어 코웰은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지금 죽여 버렸군요” “여기가 노래방인 줄 압니까”라는 식으로 거침없는 평가를 한다. 그가 최초로 내뱉은 독설은 네 살 때 어머니에게 한 혹평이다. 납작한 테 없는 모자를 쓴 어머니에게 “엄마, 푸들 같아요”라고 한 것이다.

그의 독설은 관중의 ‘집단 마조히즘’을 충족시키는 것일까. 세계로 수출된 그의 탤런트 리얼리티 쇼에서는 코웰식 독설가 구실을 담당할 심사위원이 지정된다. 하지만 그는 독설로 일관하지는 않는다. 그에겐 거만함·건방짐뿐만 아니라 상냥함·너그러움도 있다. 관중은 그를 사랑스럽다고까지 느낀다. 미국에선 그의 영국식 영어 발음도 매력 요소다.

그의 쇼가 상상력이 결여된 따분함으로 ‘음악의 독창성을 죽인다’는 비판이 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는 코웰의 진부하고 평범한 음악이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그의 타깃은 고도로 파편화된 음반 시장의 전문가급 매니어들이 아니라 1년에 음반 서너 개 사는 게 고작인 일반인들이다.

코웰은 어린이·청소년들이 헛된 희망을 품게 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사고뭉치였던 그는 16세에 학교를 그만뒀다. 학교 규율, 따분함이 싫었다. 뉴턴 물리학 이론을 배워봐야 득 될 게 없다는 것을 일찍이 깨달았다. 그는 자서전에서 자신이 “세계 최악의 10대”였을 것이라고 술회했다. 하지만 EMI 레코드사의 우편실에서 근무한 첫날부터 그는 업계 최고가 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효과도 있다. 일각에서는 코웰식 탤런트 리얼리티 쇼가 중동·중국 등지에서 민주화에 기여한다고 조심스럽게 전망한다. 가수·재주꾼을 뽑는 ‘직접 투표’에 민주주의를 간접 체험하는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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