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ITOR’S LETTER]노벨 문학상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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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호 02면

매년 10월 초가 되면 신문사 문화부는 비상이 걸립니다. 노벨 문학상 때문이죠. 6일 저녁도 그랬습니다. 스티브 잡스의 타계 소식으로 어수선한 편집국을 뒤로하고 다들 순두부집으로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출장자를 제외한 전원 참석입니다. 한 명은 매년 수상 후보로 오르내리는 경기도 안성 고은 시인의 집 앞에서 이미 대기 중입니다.

“아, 올해는 과연 한국 작가가 될 것인가.”
“시인 혹은 미국인이 대세라면서요.”
“밥 딜런이 후보 1순위로 올랐더라. 그럼 기사는 가요담당이 써야 하나.”
“무라카미 하루키도 있던데. 지금쯤 아사히신문 문화부 기자도 하루키 집 앞에서 ‘뻗치기(취재원을 만날 때까지 기다리며 대기하는 것을 뜻하는 신문사 용어)’ 하고 있겠지.”
“만약 하루키가 되면 일본 특파원한테 바로 연락해라.”
“안 돼 안 돼. 그럼 ‘왜 일본은 되는데 한국은 안 되나’ 박스도 써야 되잖아.”
“그럼 (기사가) 앞에 나가야 하는데, 오늘 (스티브 잡스 때문에) 지면이 있으려나.”
“자자, 지금은 그런 걱정들 말고 우선 많이들 먹읍시다.”

다시 들어온 편집국. 발표시간인 오후 8시가 다가오자 다들 노벨상 홈페이지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갑자기 부장이 큰 소리로 카운트를 합니다. “열, 아홉, 여덟….”
“수상자는… 어~스웨덴 시인이랍니다.”
갑자기 김이 팍 샙니다. 준비한 기획도 다 소용없어졌습니다. 부장이 지시합니다. “(안성에서) 철수시켜.”
내년에는 인터넷에서 “꼬레아”라는 말, 꼭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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