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反 한나라’ 부글부글, 동구청장 오차범위 내 박빙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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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9호 04면

부산 동구 수정시장 인근 도로에 26일 동구청장 재선거를 알리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부산=공정식 프리랜서]

“부산 민심이 그냥 이리 된 기 아닙니더. 아침 출근길엔 창원·울산 쪽으로 나가는 차들이 줄을 서는데, 반대로 부산으로 들어오는 길은 썰렁하지예. 그 불만이 다 어디로 가겠습니꺼.”

10·26 동구청장 재선거 앞둔 부산 민심 르포

20년 경력의 택시 운전사 정모씨의 말이다. 지역 개발이 오랫동안 정체되고 일자리를 창출하지 못한 데 따른 불만이 정부·여당을 향하고 있다는 지적이었다. 서부시외버스터미널 앞엔 ‘해양수산부를 되살리겠습니다’란 공약을 내건 현수막이 걸렸다. 해수부를 통폐합시킨 이명박 정부에 대한 불만이 담긴 공약이었다. 그런데 이 현수막은 야당이 건 게 아니다. 한나라당 부산시당이 내걸었다.

부산 지역의 한나라당 이반 현상은 젊은 세대로 갈수록 더욱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부산시청 한 공무원을 만났더니 경험담을 소개했다. “지난해 6·2 지방선거 때 얘기다. 대학생인 아들에게 기초단체장 선거에서 한나라당 후보인 현직 구청장에게 투표하라고 권했다. 그랬더니 아들의 말이 뜻밖이었다. ‘대신 아버지는 시장 선거에서 김정길 민주당 후보를 지지해 주세요’라고 말하더라. 우리 부자(父子)는 합의대로 표를 나눴다.”

자영업자 김모씨도 비슷한 말을 했다. 그는 “우리 집이야 옛날엔 한나라당 일색이었지만 대학원생 아들이 이젠 야당 지지자로 돌아섰다”고 말했다. 그는 “아들은 지난 정부 땐 취업이나 행정 지원에서 지방대에 대한 배려가 있었는데, 이번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말하는데 듣고 보면 일리가 있는 얘기여서 반박할 말이 없다”며 “정부·여당에 대한 실망감과 뭔가 바꿔봐야겠다는 갈망이 젊은 층에 퍼져 있다”고 전했다.

김정길(민주당)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과거 20여 년간 부산 유권자들의 투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정서는 김영삼 전 대통령(YS)에 대한 애정이었다”며 “하지만 YS가 퇴장하고, YS의 영향력과 무관한 젊은 세대들이 성장하면서 변화의 기류가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과거 부산·마산 지역은 3·15와 부마항쟁, 6·10 항쟁 등을 주도해 온 곳인데, 20년 동안 YS 지지에 묻혀 있던 야성(野性)을 비로소 회복하고 있다. 고질적 지역구도를 깨는 첫 사례가 내년 부산에서 일어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등과 함께 26일 치러지는 부산 동구청장 선거에 한나라당은 지역 고위 공무원 출신의 정영석 후보, 민주당은 노무현 정부에서 홍보수석을 지낸 이해성 후보를 각각 공천했다. 여기에 무소속 오경희·이정복 후보가 나섰다.

판세는 예측불허의 박빙 싸움이다. 각 당이 자체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오차범위 내 싸움이다.

한나라당은 ‘조심스러운 낙관’이다. 당 관계자는 “동구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고령층 비율이 높다. 한나라당에 다소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본다”고 기대했다. 반면 민주당은 “오차범위 내라면 실제 선거에선 우리 표가 더 많이 나온다”면서 젊은 층의 투표 참여를 기대한다. 당에선 “이번 선거가 서울시장 선거와 동시에 치러져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게 됐다. 젊은 층 투표율이 높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 관계자는 “내년 총선에서 지금 1석에 불과한 야권 의석을 5석 이상으로 늘리고 내년 대선에서 승리하는 발판으로 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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