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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Focus] 이만기 … 입시 전문가·중앙유웨이교육 평가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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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수학능력시험(11월 10일)이 한 달 남았다. 집안에 고3이 있든 없든 온 국민이 마음속으로 ‘힘내라!’고 응원하는 시즌이다. 입시 전문가 이만기(50) 중앙유웨이교육 평가소장도 마찬가지다. 요즘 유행하는 ‘뇌구조’ 앱에 이름을 넣으면 온통 수험생이 나올 지경이다. 10여 년 전, 티셔츠 차림으로 EBS 교육방송에 나와 국어 강사로 이름을 날렸던 때와 마음은 같다. 공교육계를 떠나면서 ‘감히’ 나라 교육을 걱정한단 말을 대놓고 하기 어려워졌지만 그래도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할 소리를 다하게 하고야 만다. “스타 강사, 입시 전문가, 교육 전문가, 학원인, 교육자… 무슨 명칭으로 불리고 싶어요?” 조금 망설이다가 답이 나온다. “선생님요.” 이만기 선생님, 반갑습니다.

글=이소아 기자
사진=박종근 기자


 
●2002년, 정든 교정을 떠났다. 공교육을 떠난 이유는.

 “평교사가 아름다운 시대가 끝났다고 느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이었으니 오해하진 마시고. 당시 사립학교 교사였는데 내가 하는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뭔가 펼쳐보고 싶은데 열심히 하는 교사건 아니건 똑같은 대우를 받고 눈치도 엄청나게 봐야 했다. 말만 교사지 그냥 직원이었다.”

●공립학교로 옮길 생각은 안 했나.

 “교장 선생님과 얘기해 봤는데 전출 도장을 안 찍어주더라. 그때 공립으로 갔으면 학교 교사로 머물렀을 확률이 99%다.”

●EBS언어영역 강사는 어떻게 하게 됐나.

 “1996년은 EBS가 강의의 격을 완전히 바꾸던 시기였다. 일선 고등학교에서 새로운 포맷에 맞는 선생들을 공모했는데 거기에 선발된 거다. 100분간 내리 생방송하면서 전화, 팩스, 하이텔, 천리안으로 질문을 받았다. 뮤직비디오도 틀어주고 아이들이 지루해할까 봐 만득이 시리즈 같은 개그도 했다.”

●당시 인기가 엄청났다.

 “근무하던 학교 앞에 다른 학교 학생들이 얼굴을 보려고 올 정도였다. 서울역에서 만난 학부모가 표도 끊어주고 맥줏집에 가면 주인이 ‘우리 딸이 좋아한다’며 서비스 안주도 줬다.”

●메가스터디에서 제의가 왔을 때 어땠나.

 “많이 망설였다. 학원계가 너무 겁났다. 하지만 메가스터디는 인터넷 강의를 주로 하니까 EBS랑 뭐가 크게 다르겠냐는 생각이 들었다. 집사람도 교사니까 잘못돼도 설마 굶기야 할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 아내가 힘을 많이 줬다. 잘할 수 있다고.”

●해보니 어떻던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 강사들 사이에 경계심과 긴장감도 컸다. 열심히 할수록 돈은 많이 벌어서 좋았지만 심적으로 힘들었다. 학교에 있었을 때보다 소속감이 줄고 주변 사람들에 대한 사랑도 옅어지는 기분이었다.”

●그동안 입시제도도 많이 변해왔다.

 “입시제도는 자주 바꾸는 게 아닌데 ‘일단 바꿔놓고 보자’는 게 있는 것 같다. 또 굉장히 복잡해졌다. 어제도 대학교수가 아이 입시를 상담해 왔는데 너무나 기초적인 질문들을 하더라. 이건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론 예비고사로 3배수 뽑고 본고사 봐서 원하는 대학에 가는 시스템이 제일 좋았다.”

●우리나라 교육 문제를 하나만 꼽는다면.

 “애들 선발은 대학에 맡기고 교육부는 대학교육에 신경을 썼으면 좋겠다. 교육이 제대로 되려면 좋은 지방 대학들이 잘 돼야 한다. 예전엔 서울 학생들이 교사가 되려고 경북사대를 갔다. 그런데 지금은 모두 서울로 온다. 지방대 출신은 무조건 안 뽑는 기업들 책임도 크다. 지방 대학 우대정책이 교육정책의 한 축이 돼야 한다.”

●현행 입시제도는 어떤가.

 “이 정도면 관리가 잘 되고 있는 거다. 논술 채점도 극히 일부를 제외하면 공정하다고 본다. 다만 특목고나 자사고 등 우수한 학생들이 내신에서 손해 보는 것은 문제가 있다. 외고 학생이 어문계열로 진학할 때는 비교내신(수능이나 논술 성적으로 학생부 성적을 대체하는 것)을 허용해주는 게 맞다. 입학사정관제도도 걱정스럽다. 아이들에 대한 고급 정보를 만지는 사람들이 모두 외부 비정규직이다. 정보를 가지고 나가 장사를 해도 막을 도리가 없다. 그 대학의 정규직 교수를 재교육시켜서 입학사정관화하면 된다. 굳이 수가 많을 필요도 없다.”

●수험생 수는 줄었는데 경쟁은 여전히 치열한 것 같다.

 “요즘 학생들은 학과보다 학교, 일명 ‘간판’을 중요시한다. 이중전공, 복수전공이 많으니까 과는 대학 가서 바꾸면 된다고 생각한다. 경쟁이 크게 줄기 어렵다.”

●올해 대학 1학년인 큰딸이 아버지 덕을 크게 봤겠다.

 “수험생 시절에 딸 방에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내 강의를 듣고 있더라. 기분이 미묘하고 감동스러웠다. 적어도 이 녀석은 나를 믿어주는구나 싶어서 고마웠다. 연세대를 가고 싶어 했는데 못 갔다. 재수하라고 했더니 ‘그 시간에 대학공부 열심히 하겠다’고 하더라.”

●사교육을 바라보는 눈이 여전히 곱지 않다.

 “교사 시절 동료들도 어울리기 어색해하더라.(웃음) 그래도 인터넷 강의를 통해 강남 수준의 교육을 전국에 퍼뜨렸다는 점에서 사교육도 기여를 많이 했다. 서울대를 제일 많이 보낸 곳도 대성학원이라고 하지 않나. 사교육을 제대로 하면 공교육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요즘 가장 큰 고민은.

 “의미 있게 살려면 뭘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서울대 박동규 교수님처럼 현역에서 물러나서도 건재한 사람들이 참 존경스럽다. 오늘 이렇게 인터뷰하는 시간처럼 평생을 살았으면 좋겠다. 많은 업력을 쌓은 뒤에는 교육평론가 같은 역할도 해보고 싶다.”

●수능이 코앞이다. 수험생들에게 조언 한마디!

 “EBS를 잘 봐라. 올해 수능엔 분명 효과가 있을 거다. 또 하나. 섣부른 기대감으로 수능을 대하지 마라. 수시 컨설팅을 해보니까 학부모나 학생이나 제일 좋은 점수를 기대하면서 말을 안 듣더라. 1년 동안 본 모의고사 중에 최악의 점수가 나올 수 있음을 인지해야 한다. 엄마 아빠는 아이의 성격·습성까지 정확히 파악해서 시험준비를 시키고 원서를 써야 한다. 냉정하게 들릴지 몰라도 진심을 담아 하는 말이다.”

j칵테일 >> “학원도 인성교육 해야죠”

대도시에서 학원을 안 다니는 학생이 몇이나 될까.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수능시험에 대해 공개적으로 분석과 평가를 내놓을 수 있는 전문가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만기 소장의 학원가 이야기는 조금은 예민할 수 있는, 하지만 사실 누구나 알고 있는 현실 속 이야기다.

●2005년 메가스터디를 떠난 걸 후회하지 않나.

 “아닌 게 아니라 손주은 대표가 ‘나가면 후회한다’고 했다. 경제적으론 그 예언이 맞았다. 수입이 훨씬 줄었으니까.(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온 이유는.

 “실적에 따라 강사에게 최고 대우를 해주는데 그런 경쟁 구도가 별로였다. 백화점에 입점한 매장도 아니고…. 정이 좀 없지 않나.”

●학원가라는 게 원래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그렇다. 학교 교사의 삶이 생활이라면 학원 강사의 삶은 생존이다. 장래가 보장되지도 않고 연예인처럼 잊혀지면 끝이다. 그런 면에서 손주은 대표는 강의와 경영능력이 정말 뛰어난 사람이다.”

●아직도 교사 마인드가 남아 있는 것 같다.

 “경계인이다. 마음은 학교 선생인데 몸은 사교육에 있으니까. 학부모들이 와서 상담하면 ‘이거는 학원 안 다녀도 된다’고 한다. 이거 참.”

●우리나라 사교육이 과하다고 보나.

 “과하다. 강남 대치동 학원생 절반은 혼자서 공부해도 잘할 애들이다. 사교육이 전체 교육에서 담당하고 기여할 부분도 크지만 기본적으론 아이들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줘야 한다. 불안심리를 조장해 돈을 벌려고 하면 안 된다.”

●그럼 어떤 사교육이 바람직한 모습일까.

 “학원에서 면담도 하고 인성교육도 해야 한다. 그리고 더 열정으로 강의해야 한다. 저는 사교육 업체가 아니라 전문평가기관에 종사한다고 생각한다. 평가 잘 해서 공교육에 도움을 주는 거다. 보조재 같은 역할.”

●존경하는 업계 선배가 있다면.

 “이영덕 대성학원 학력개발연구 소장님이다. 하다못해 술자리에서 지나가는 말을 해도 반드시 지킨다. 20년 동안 자기 관리도 철저하고. 신뢰가 뭔지를 실천하는 분이다.”

What Matters Most?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입니까.

자존심과 명예입니다. 자존심이 무너지면 슬플 것 같아요. 교과서를 쓸 기회가 있었는데 서울대 출신이 아니라서 막판에 배제됐을 때, 꽉 찼던 강의실에 빈자리가 늘어갈 때 상처가 되더라고요. 자존심은 촛불과 같아서 점점 작아져요. 국어 강사로는 정상에 서 봤으니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서 입시 전문가로서도 정상에 서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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