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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국민 노리는 해외 범죄 경계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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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박희권
주 페루 대사

지구촌에서 범죄가 갈수록 일상화·조직화·흉포화돼 가고 있다. 국경도 없다. 과거 안전하다고 생각됐던 국가들에서조차 외국인을 상대로 한 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다. 페루에서도 지난달 10대 한인 고교생이 납치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는 우말라 페루 대통령이 지난 7월 말 취임한 뒤로 발생한 첫 외국인 피랍 사건으로 현지 언론의 큰 관심을 받았다. 괴한들은 석방 대가로 500만 달러나 되는 거액을 요구했다. 다행히 이 사건은 발생 19일 만에 동포 학생의 무사생환으로 막을 내렸다. 페루 정부와 경찰이 적극적으로 노력해 준 덕분이었다.

 21세기 글로벌 시대는 문화·국가·지역 사이의 융합과 소통의 시대다. 상이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의 접촉이 대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해외 관광객 수는 1300만 명에 달했다. 해외에 거주하는 우리 동포의 수도 700만 명을 넘어섰다. 유사 사건의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선 재외동포나 해외 여행객 스스로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일부 외국인은 한국인이 돈이 많고, 특히 현금 보유가 많은 것으로 생각해 한국인을 쉬운 범죄 대상으로 삼고 있음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둘째로 거주국이나 여행국의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국의 문화 및 관습과 소통하지 못해 발생하는 실수는 그 나라 사람들의 분노 등 반작용을 야기하기 쉽고, 이는 때때로 일신상의 공격을 초래한다.

 셋째로 거주국 또는 여행국의 법을 이해하고 준수해야 한다. 교통법규·주차질서 등 일상생활에서부터 각국의 법 질서나 법률 문화를 인식하고 준수해야 한다. 넷째로 본인 스스로가 범죄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특히 납치 등 강력사건의 경우 대개 ‘관계’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본인과 가족에 대해 원한 감정이 생기지 않도록 주변 관리를 해야 하고, 사람을 고용할 때는 신원조회 등을 통해 범죄 유무를 사전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범죄 발생 시에는 초동 단계에서부터 대사관의 협조를 받아 해당 국가의 치안당국과 긴밀한 협조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해외 동포나 해외 여행객들이 각자가 사전에 유의함으로써 해외에서 안전하게 지내길 기대한다. “예방은 치료보다 낫다(Prevention is better than cure)”는 말은 질병뿐 아니라 안전 확보에도 명심해야 할 금언이다.

박희권 주 페루 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