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 휴대폰 작년 950만대

중앙일보

입력

무선혁명의 뒤편에도 어두운 그림자는 있다. 광명천이 흐르는 서울 독산역 부근의 '진명C&C' . 3백여평의 공터에 30만대가 넘는 휴대폰 단말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연초에 선보인 A사의 폴더형까지 눈에 띈다.

한국은 '단말기 천국' 이다. 지난해 버려진 중고 휴대폰이 9백50만대였고 올해는 8백만대(최대 1천2백만대)로 추산된다. 신모델 출시경쟁.공짜 단말기다 가입자의 과소비가 휴대폰 폐기를 부채질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로열티 지급과 부품 수입으로 매년 2조2천억원이 외국으로 새나가고 있다.

PCS업체의 단말기 보조금(1998~2000년 3월)만 6조5천억원에 달해 PCS3사는 2조9천억원의 누적적자를 안고 있다. 정보통신부의 단말기 보조금 폐지도 이런 악순환을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엄청나게 늘어나는 중고 단말기의 재활용은 멀고도 험하다. 소비자는 물론 단말기 업체조차 외면하고 있다.

신세기통신의 박동수 기획팀장은 "중고 단말기를 쓰는 경우는 단말기를 잃어버렸을 때 잠시 이용하거나 외국인들이 국내에서 휴대폰을 임대할 때를 빼고는 없다" 고 말했다.

중고 단말기 업체들이 수출로 길을 뚫고 있지만 단말기 제조업체들의 방해로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진명C&C의 조병갑(46)사장은 "삼성.LG.현대 등이 부품 공급을 잘 안 해주고 있다" 며 "생산이 수요를 못따라 제대로 수출도 못하면서 뒷다리만 잡는다" 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중남미.베트남 등 해외에서는 성능 좋고 가격도 저렴한 국산 중고 단말기를 찾는 발길이 늘고 있다.

보조금이 폐지되는 다음달부터는 중고 단말기의 쓰임새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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