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 넘치면 자동 경보 발령 … 홍수 피해 막는 CCTV 등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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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2013년 9월 새벽. 임진강 상류 수위가 갑자기 올라간다. 북한 지역에 있는 황강댐에서 예고 없이 방류를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때 교량과 하천 곳곳에 설치된 스마트 폐쇄회로TV(CCTV)가 강물의 수위와 흐름을 파악한다. 이어 CCTV에 내장된 영상 분석 프로그램이 수위 상승과 범람 가능성을 감지한다. CCTV에서 분석한 정보는 즉시 재난관리 서버로 전송된다. 이 정보는 동시에 24시간 종합상황실과 해당 지자체인 경기도 연천군 등으로 전달된다. 하지만 24시간 종합상황실의 모니터링 요원이 잠시 자리를 비웠다. 위험한 상황이다. 그러나 걱정 안 해도 된다. 모니터링 요원과 연천군 담당자의 휴대전화로 임진강 범람 경고 문자메시지가 바로 전달된다. 연천군은 당직자를 동원해 부랴부랴 임진교 부근에서 야영하며 밤낚시를 하던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데 성공한다.

 이는 똑똑한 스마트 CCTV 시스템을 활용해 재난 피해를 막는 미래의 가상상황을 설명한 것이다.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된다.

 소방방재청 심재현 연구실장은 5일 “CCTV 화면을 분석해 자동으로 경보를 울리는 기술을 개발해 특허 등록했다”며 “시범 운영을 거쳐 2013년부터 본격 도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2009년 9월 6명의 목숨을 앗아 간 임진강 범람 사태 때 임진강엔 수위 자료를 수집하는 CCTV가 네 곳에 설치돼 있었다. 하지만 연천군 재난상황실로 전송되는 영상을 지켜보는 사람이 없어 인명 피해를 막지 못했다. 심 실장은 “스마트 CCTV가 도입되면 제2의 임진강 사태와 우면산 산사태 같은 재난에서 인명이나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마트 CCTV는 산사태와 폭설·해일·산불·폭설 등 다양한 재난에 활용할 수 있다.

 방재연구소는 이미 부산시 기장군 임랑해수욕장, 강원도 정선군 남면 무릉교 등에 설치한 장비를 통해 스마트 CCTV 영상 분석기술을 시험하고 있다. 박영진 방재연구소 시설연구관은 “내년 서울 한강과 강원도 삼척에서 스마트 CCTV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설치지역을 점차 전국으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영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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