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보유액 3000억 달러 ‘턱걸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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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지난달 외환보유액은 3033억8000만 달러였다. 시장에선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급락한 원화가치를 지키느라 3000억 달러가 깨졌을 것이란 우려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전히 불안감은 남았다. 전달에 비해 88억1000만 달러가 줄었기 때문이다. 이는 ‘리먼브러더스 사태’ 때인 2008년 11월 한 달 새 117억5000만 달러 감소 이후 2년10개월 만에 가장 많이 줄어든 것이다.

 5일 한국은행 국제총괄팀 신재혁 과장은 “유로화와 파운드화 가치가 떨어지면서 이들 통화표시자산의 달러화 환산액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기간 유로화와 파운드화는 각각 6.8%, 4.1% 절하됐다. 그러나 이것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주요 통화의 가치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졌던 지난해 11월엔 외환보유액이 31억 달러만 줄었다. 시장에서 외환당국의 개입이 외환보유액 감소에 더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는 이유다. 한국은행 측도 “환율이 주요 원인이기는 하지만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과 국제기구 간 거래 등도 영향을 미쳤다”고 인정했다. 외환당국은 추석 전후 원화가치가 급락하며 달러당 1200원 선을 위협하자 구두개입뿐 아니라 미세조정에 나섰다. 외환시장 관계자는 “외환당국이 100억 달러 이상을 내다팔았을 것”으로 추정했다.

 외환당국은 3000억 달러 지키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겠다는 쪽이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3000억 달러면 괜찮은 거고 2999억 달러면 문제가 있는 것이냐”며 “3000억 달러 논란은 의미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시장에서 이제는 3000억 달러가 심리적 마지노선으로 여겨진다는 게 문제”라며 “최근 환율은 글로벌 달러 강세에 따라 움직이는 것인 만큼 당국이 무리하게 3000억 달러를 깨가면서 개입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서정훈 박사는 “소규모 개방경제인 우리나라는 외화 자금 입출이 급격하게 이뤄지기 쉬워 외환보유액의 적정 규모를 말하기 어렵다”며 “달러뿐 아니라 엔·유로·위안화나 금 등으로 외환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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