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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은 '디지털 해외 경영’의 元年

중앙일보

입력

코리아 소프트웨어 ‘넘버 원''

국내 업체들이 개발한 토종 소프트웨어가 해외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국산 소프트웨어들이 해외에서 절찬리에 판매됨에 따라 관련산업이 우리나라 수출산업의 새로운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정보통신부 및 소프트웨어 업계가 예상하고 있는 올해 국산 소프트웨어의 수출 규모는 작년의 두 배 수준인 3억4천5백44만 달러. 수출 지역도 미국, 일본, 유럽 등 선진국뿐만 아니라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까지 다양하다. 무역 장벽이 없는 인터넷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 국내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활발한 영업을 벌인 덕택이다.

전통적으로 수출은 ‘굴뚝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제조업체들이 담당했지만, 21세기 정보화시대를 맞아 소프트웨어, 게임 등 이른바 ‘지식산업’이 그 바통을 넘겨받고 있는 것. 이에 따라 소프트웨어 개발업체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수출산업도 첨단 업종인 소프트웨어, 인터넷 업체들이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은 주로 개인용 소프트웨어나 게임이다. 나모인터랙티브의 홈페이지 저작도구 ‘나모웹에디터’, 거원시스템의 ‘제트오디오’, 소프트맥스의 ‘창세기전’,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등 국내에서 우수성을 평가받은 제품들이 해외에서도 역시 호평받고 있다.

▲나모인터랙티브
나모인터랙티브가 해외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은 올해 초. 최근 ‘나모웹에디터’란 홈페이지 저작도구로 국내 시장의 70%를 점유하는 등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나모인터랙티브는 인터넷 홈페이지 구축 붐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더 크게 불고 있다고 보고 수출사업에 나선 것이다.

이 회사는 최근 ‘나모웹에디터4.0’이란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고 개발 초기부터 영어, 일어, 불어 등 다국어 버전으로 개발했다.

다음달에는 중국과 유럽 시장에도 수출하기 위해 중국어, 독일어 버전도 개발을 끝낼 예정이다. 올해 나모인터랙티브의 수출 목표는 50억원 정도. 이 회사 전체 매출의 50%를 해외에서 거두어들이겠다는 생각이다.

▲이스트소프트
컴퓨터를 웬만큼 사용하는 사람이라면 파일압축 소프트웨어인 ‘윈집’과 ‘알집’을 알고 있을 것이다. 윈집은 외산 소프트웨어이고, 알집은 국산 소프트웨어다. 최근 PC통신등에서는 윈집보다 알집을 다운 받는 횟수가 더 많을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알 모양의 그래픽 아이콘으로 파일 압축과 복원을 손쉽게 처리할 수 있어 초보자들로부터 특히 호평을 받고 있다.

‘알집’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이스트소프트도 국내 인기를 기반으로 해외시장 진출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가 1차 진출 대상으로 삼은 지역은 중국. 이스트소프트는 이달 중순쯤 중국어 버전을 개발하고, 연말까지 1백만 카피를 중국에 뿌리기 위해 현지 업체와 제휴도 체결했다.

이스트소프트는 중국어 이외에도 일어, 영어 등 다국어 버전을 선보일 계획. 올 하반기부터 미국 등 각국으로 진출하기 위한 사전 포석의 하나다.

▲유니소프트
유니소프트는 일한·한일 번역 소프트웨어 전문 개발업체다. 이 회사가 개발한 ‘트랜스게이트’는 한국어를 일본어로, 일본어를 한국어로 쉽게 바꿔 주기 때문에 일본과 업무가 많은 직장인, 일본어 공부를 하는 대학생 등으로부터 인기가 높다.

일본에서도 한국관련 업무를 보는 무역회사 등에서 제품 판매가 꾸준하다. 유니소프트는 98년부터 삼성그룹의 일본 법인인 ‘일본삼성’을 통해 번역 소프트웨어(트랜스게이트)를 판매해왔다.

또 ‘트랜스게이트’를 보다 적극적으로 판매하기 위해 지난 4월 말 일본에 ‘올코리아’를 설립했다. 유니소프트는 올해 매출 목표 80억원 가운데 10억원 정도를 일본에서 벌어들인다는 계획이다.

▲거원시스템
컴퓨터 음악파일인 MP3파일 재생용 소프트웨어 ‘제트오디오’로 유명한 거원시스템도 수출에 한몫하고 있다. 거원시스템은 지난해부터 일본 NEC와 후지쯔의 PC에 ‘제트오디오’를 번들 제품으로 탑재해 연간 3백50만 카피를 판매하고 있다.

현재의 판매 추세를 볼 때 올해 안에 5백만 카피(5백만달러 상당)는 충분히 판매할 수 있을 것이란 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이 회사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 시장을 공략키로 하고 오는 6월 미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할 계획이다. 국제적인 회사로 변신해 미국뿐 아니라 유럽시장에도 본격 진출한다는 청사진도 마련해 놓고 있다.

▲게임업계
게임이 수출의 효자 산업으로 부상하는 데 기여한 회사들은 소프트맥스, NC소프트, 배틀탑 등이다.

이 가운데 온라인 게임 ‘창세기전’으로 유명한 게임 개발업체 소프트맥스는 일본에 현지법인을 설립하고 다음달부터 ‘엔화 거둬들이기’ 작업에 나선다. 소프트맥스는 PC용 게임인 ‘템페스트’와 ‘서풍의 광시곡’ 등을 일본어 버전으로 만들어 일본 PC게임 시장에 파고들겠다는 전략.

게임 랭킹 서비스 업체인 배틀탑도 중국, 일본, 유럽 등 해외시장 개척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다. 이 회사는 상반기에 중국과 일본 시장을, 하반기에는 영국을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이밖에 NC소프트는 6월부터 대만에서 온라인 게임인 ‘리니지’를 서비스할 예정이며, 태울이라는 게임업체 역시 대만에 합작법인을 세우고 온라인 게임인 ‘영웅문’과 ‘슬레이어즈’를 유료로 서비스할 계획이다.

한편, 국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소프트웨어 개발기술이 외국에 비해 섬세하고 가격도 저렴해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이라고 분석하며 “이제는 소프트웨어 개발등 고부가가치의 지식산업이 수출 주도산업으로 떠올라 우리나라의 무역수지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해외진출 성공담/넥슨 美 실리콘밸리 현지법인 이상백 지사장 “현지 이용자들의 사고방식 정서 이해가 성공 밑거름”“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미주 지역 이용자들의 기호를 고려한 현지화 작업의 결실입니다.” 설립 때부터 3년째 미국 현지법인을 이끌고 있는 이상백 지사장(38)이 말하는 넥슨의 미국 진출 성공비결이다. 지난 97년 정보통신의 메카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하면서 세계 게임시장에 본격 진출한 넥슨은 98년부터 ‘바람의 나라’ 영문판인 ‘넥서스(Nexus)’와 ‘어둠의 전설’ 영문판인 ‘다크에이지(Dark Ages)’를 상용화시켰다. ‘바람의 나라’는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이국적인 정서로 호응을 얻은 반면, ‘어둠의 전설’은 기획단계부터 철저하게 미주 지역 이용자들의 기호를 고려했다. 특히 ‘어둠의 전설’은 현지 언론으로 부터 “탄탄한 스토리 구성등 철저한 현지화 작업을 거쳤다”는 호평을 받았다.

넥슨은 현재 온라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인 ‘쉐터드 갤럭시(Shattered Galaxy)’와 한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퀴즈퀴즈’를 미국 현지에서 시범 서비스중이다. “게임은 문화사업이자 고객 서비스 산업입니다. 그 나라 이용자들의 사고방식과 정서를 이해해야 합니다. 그런 만큼 현지 정서를 잘 이해하고 있는 현지인들에게 마케팅과 운영을 맡기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게임은 문화산업인 만큼 정서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시장 접근이 어렵다는 것이 이지사장의 주장이다. 넥슨 미국 현지법인의 총직원은 13명. 이지사장과 프로그래머 4명을 제외한 8명은 모두 현지 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미국 현지의 정서를 파고들겠다는 전략이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60만 달러의 매출을 달성했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4백% 이상 성장한 2백80만 달러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넥슨은 미국 시장의 성공적인 연착륙으로 해외진출의 교두보를 마련, 지난해는 일본 현지법인을 설립하는 등 해외진출에 박차를 가했다. 이지사장은 “준비없는 해외진출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며 “철저한 시장 준비와 해당 이용자의 정서를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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