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6회 삼성화재배 월드바둑마스터스] 대마, 반토막 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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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본선 32강전> ○·천야오예 9단 ●·박정환 9단

제12보(128~142)=흑▲ 자리가 요소이긴 하지만 흐름을 돌리기엔 때가 늦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어 박정환의 홍안엔 수심만 가득하다. 천야오예의 128은 일종의 ‘확인사살’이다. 비세의 흑은 128에 뒤로 물러설 수 없다. 그래서 129로 받자 130이 선수다(손 빼면 ‘참고도1’ 백1, 3으로 간단히 사망한다).

 선수를 잡은 백이 123, 134로 흑 대마를 차단했다. 끝장을 내려는 총공세가 시작된 것이다. 가는 곳마다 백의 군사다. 철옹성 같은 백진 속에서 흑 대마는 어디까지 도주할 수 있을까. 천야오예 9단이 138로 급소를 찔러 왔을 때 박정환의 눈가가 붉어졌다. 다 살리려면 ‘참고도2’ 흑1로 잇는 수뿐이다. 그러나 백2가 놓이는 순간 흑은 숨이 턱 막힌다. 한 눈도 없는 흑이 어디 가서 두 눈을 만들 수 있을까. 힘들고 고통스러워 그만 항복하고 싶은 장면이다. 그러나 박정환 9단은 139로 방향을 틀어 항전을 이어간다. 천야오예는 140, 142로 대마의 꼬리를 지른다. ‘꼬리치고는 너무 긴 꼬리다. 집으로만 쳐도 물경 35집에 해당한다. 그렇게 막대한 출혈을 입고도 대마는 아직 완생이 아니다. 142를 보며 검토실은 흑의 패국을 선언했다. 아쉽게도 종국이 임박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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