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규제했더니 … 뒤돌아서 웃는 은행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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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은행들이 올해 사상 최대의 순이익을 낼 전망이다. 지난달부터 시행한 가계대출 규제가 오히려 득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3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8개 은행(우리·KB·신한·하나·BS·DGB금융지주, 기업·외환은행)의 3분기 순이익에 대한 증권사 추정치는 평균 3조2000억원에 달했다. 이는 은행권 3분기 실적이 사상 최대였던 2005년 3분기보다 나은 실적이다.

 이들 8개 은행 3분기 순이익만으로도 현대건설 매각이익을 제외한 전 은행권 2분기 순익(3조1000억원)을 넘어선다. 농협·수협 등을 포함한 18개 은행은 올 상반기 이미 총 10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이런 추세가 4분기에도 이어지면 은행권의 올해 순이익은 2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껏 사상 최대 실적은 2007년에 거둔 15조원이었다.

 당초 하반기엔 은행들의 영업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실적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됐다. 예상 외로 은행들의 3분기 실적이 늘어난 건 가계대출 규제 때문이었다. 은행들이 규제를 빌미로 가계대출 금리를 높여 부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신규 가계대출 금리는 7월 연 5.46%에서 8월 5.58%로 한 달 새 0.12%포인트 뛰어올랐다. 이에 비해 8월 신규 저축성예금 금리는 연 3.76%로 7월의 3.79%보다 낮아졌다. 현대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가계대출 규제로 은행은 대출금리 결정의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며 “반면 저축은행 사태로 고객들이 은행으로 몰려들자 수신금리는 낮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사실 가계대출 규제는 외형 성장을 가로막을 뿐 수익성만 놓고 보면 오히려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의 이자이익은 올해 3분기에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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