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처에 논문 동시 두 편 주인공 정가영 박사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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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때 막연히 꿈꾸던 신약 개발에 한발 다가선 느낌입니다. 새로운 단백질 구조를 밝히는 데 더 집중하고 있어요.”

 지난달 29일자 네이처에 표지를 포함, 두 편의 논문을 동시에 발표한 미국 스탠퍼드대 박사후과정(포스트닥터) 정가영(32·사진) 박사의 말이다. 그는 석사과정 입학 후 10여 년의 연구 기간 중 세계적인 학술지에 동시에 두 편을 낸 것은 처음이라고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자신의 논문이 실린 네이처가 발간된 날에도 중요한 실험을 하느라 기자의 전화를 받을 시간조차 제대로 내지 못했다. ▶<중앙일보 9월 29일자 34면 참조>

 정 박사는 고교 시절 신약을 개발해보면 좋겠다는 꿈을 가졌다. 진로도 여성인 자신에게 약학이 가장 잘 맞고, 신약 개발 꿈도 이룰 수 있을 것 같아 서울대 약대에 들어갔다. 내친김에 2003년 미국 위스콘신대학으로 유학을 갔다.

 - 미국으로 유학을 하게 된 계기는.

  “석사과정을 하다 보니 세계적인 과학자들과 함께 연구를 해보고 싶은 동경이 컸다. 유학 와서는 원 없이 그런 분들의 강연을 듣고, 직접 보면서 연구열을 불태울 수 있어 행복하다. 이번처럼 신약 개발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발견도 어린 시절의 꿈을 실현하는 하나의 단계이지 않나 싶다.”

 - 학창 시절 내내 상위권 성적을 유지했는데 비결은.

 “공부할 때 오랜 시간 인내를 갖고, 단순히 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해 다각적으로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교 때 수학 문제를 풀 때 잘 안 풀리면 바로 답을 보지 않았다. 일단 그 문제는 넘어가고 풀 수 있는 문제부터 풀었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안 풀리던 문제를 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그러기를 반복하니 성적이 올랐다.”

 - 연구할 때 어려웠던 경험은.

 “위스콘신대학 박사과정에 처음 들어가 쥐 심장에서 세포를 추출해내는 실험을 할 때였다. 한 번 실험에 두 시간 정도 걸리는데 7차례를 실패했다. 15시간을 식사도 거르다시피 매달렸는데도 실패했다. 다음 날 아침 일찍 새로운 마음으로 정신을 집중하자 단번에 성공했다.”

 - 유학을 하려는 후배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미국에서는 한국 대학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대학 ‘간판’은 그리 중요하지 않다. 대신 자신이 연구하려는 분야의 전문가를 찾은 다음 연구 계획과 열정이 잘 드러나게 자기소개서와 추천서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

 - 유학 갈 때 영어는 잘했나.

 “초기에 영어가 달려 고생했다. 어떤 교수는 ‘영어도 잘 못하면서 유학 뭣하러 왔느냐’고 핀잔도 줬다. 그러나 자신감을 갖고 말을 하니 발음이 어설프더라도 상대방이 귀를 기울였고, 영어 콤플렉스에서 빨리 벗어날 수 있었다.”

 현재 그는 세포막 단백질에 붙는 새로운 신호전달 물질을 연구하고 있다. 구체적인 물질 이름은 국제적으로 워낙 경쟁이 심해 이야기해줄 수 없다고 했다. 그의 연구 결과는 앞으로 실제 신약 개발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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