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미군 ‘그린 밀리터리’로 변신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4면

바이오 연료와 화석 연료를 함께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탑재한 미국 해군 공중곡예팀 블루에인절스의 F-18 전투기가 지난달 3일 메릴랜드주의 해군항공기지에서 곡예비행을 펼치고 있다.

미국 국방부(펜타곤)는 매년 약 150억 달러(약 17조6000억원)어치의 에너지를 사용한다. 단일 조직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의 에너지 소비자다. 이 중 80%가량을 석유에 의존하고 있다. 원유가격이 인상되면 미 국방부는 곧바로 직격탄을 맞게 된다. 해군은 원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를 때 연간 3000만 달러의 비용을 더 부담해야 한다. 국방부 전체로 보면 1억3000만 달러의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전장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에 석유를 보급하는 도중 입는 인명 피해도 만만치 않다. 미 해병대의 경우 아프가니스탄에서 50번의 석유 수송 작전 중 1명꼴로 탈레반의 공격을 받아 숨지거나 부상하고 있다.

 이 같은 석유 중심 에너지 구조의 폐해를 개선하기 위해 펜타곤은 ‘녹색 군대(그린 밀리터리)’로의 변신을 시도하고 있다. 미 국방부가 석유 같은 기존 화석연료 대신 바이오 연료나 풍력·태양광 등의 재생에너지 사용 비율 높이기에 나섰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최근 보도했다. 펜타곤은 2025년까지 전체 사용 에너지의 4분의 1을 재생에너지로 채운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2006년 연간 4억 달러였던 재생에너지 비용은 3년 뒤인 2009년엔 12억 달러로 늘어났다.

 미군은 F-18 전투기, 헬기 등에 바이오 연료와 화석 연료를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해 사용하고 있다. 조류(藻類) 등에서 추출하는 연료를 사용하는 ‘스위프트 보트(Swift Boat)’ 등도 개발하고 있다. 지난달 초엔 에너지부와 함께 33개 주에 있는 미군 부대 124곳에 향후 5년간 총 16만 개의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기로 했다. 패널은 군부대 막사·창고·가족숙소 지붕 등에 설치된다.

 에너지 기업들은 이 같은 변화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미 의회에선 민간 재생에너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등의 내용을 담은 기후변화 법안 제정이 지지부진하다. 게다가 경제상황까지 어려워지면서 이들 업체는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WP는 “미군의 에너지 소비 규모와 엄청난 구매력에 비춰볼 때 펜타곤의 정책 변화는 민간에 새로운 수요를 제공해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환경기업 E2의 설립자 니콜 레데르는 “재생에너지 관련 법안 제정이 지연되며 한쪽 문이 닫혔지만, 국방부를 통해 새로운 큰 창이 열렸다”고 평가했다.

이승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