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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View 파워스타일]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 김희성 이화여대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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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면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 김희성(이화여대 교수)씨는 매년 봄 세종문화회관에서 독주회를 연다. 그가 다루는 건 ‘악기’라기보다 ‘공간’이다. 파이프 오르간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의 한쪽 벽을 차지한다. 오케스트라의 모든 악기 소리를 낼 수 있으며, 거대한 음향을 낼 때는 파이프를 통과한 바람이 객석까지 불어올 정도다. 그는 이 오르간을 구성하는 파이프

한 개를 가져와 악기의 구조를 설명했다. “음높이에 따라 길이가 다른데 이건 높은 음을 내는 짧은 파이프에 속해요. 이보다 수백 배 더 큰 파이프까지 포함해 약 8000개가 악기 하나에 들어가죠.”

 연주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악기인 오르간은 두 손뿐 아니라 두 발도 필요하다. 나무 건반 모양으로 된 페달을 밟으며 음을 내야 한다. 그래서 독주회 의상은 늘 바지다. 여성스럽고 화려한 드레스와는 거리가 멀다. “연주할 때뿐 아니라 일상에서도 마찬가지예요. 한 학기에 학생 10여 명을 가르치는데, 직접 연주하면서 레슨하려면 편한 바지가 좋아요.”

 



차분한 색의 진과 티셔츠에 간단한 재킷이 ‘표준’ 옷차림이다. 여기에 악보와 오르간 슈즈를 넣는 큼직한 백을 들면 ‘등교 차림’이 된다. 튀거나 화려한 옷은 입지 않고 편하고 좋은 소재를 골라 고급스럽게 보이도록 한다. 호주 여행에서 산 목걸이 ②도 자주 한다. 와인 병으로 만든 십자가 모양 펜던트의 독특함이 마음에 들기 때문이다.

 “그러고 보니 제 차림새는 ‘학생 때와 똑같다’는 설명이 가장 적합하겠네요. 20대 후반에야 화장을 해 봤고, 텍사스에서 유학할 때는 연습하고 공부하느라 반바지에 티셔츠만 입었어요.” 지금도 학생들을 가르치고 나면 혼자 하루 8시간씩 연습할 정도로 그는 이 거대한 악기를 사랑한다. 악보 공부에는 연필이 필수. 이 때문에 오래전 어머니에게 선물 받은 가죽 필통 ③도 늘 들고 다닌다. 오래돼 부드러워진 가죽의 느낌을 즐긴다.

 피아노로 음악을 시작한 그는 오르간의 ‘우주적’ 소리에 반해 길을 틀었다. 그간 종교적 악기로 주로 알려졌던 오르간의 새로운 이미지를 심고 있다. 재즈·그림·영상 등과 만나게 하는 기획을 매년 독주회에서 내놓는다. 공연 수익금은 불우이웃이나 아픈 사람들을 위해 기부한다.

 내년 봄엔 합창단과 함께하는 무대를 계획 중이다. “100여 명의 합창단이 파이프 오르간과 맞붙으려면 마이크를 써야 할 정도예요. 재미있죠? 공연장뿐 아니라 청중 마음속까지 꽉 차는 음악을 할 겁니다.”

김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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