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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대중이 행동을 시작했다, 그들의 무기는 SNS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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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많아지면 달라진다

클레이 셔키 지음

이충호 옮김, 갤리온

312쪽, 1만5000원

일종의 뉴미디어론이기도 하고, 인터넷 낙관론으로도 읽히는데 궁극적으로는 사회 트렌드를 짚어낸 책이다. 지은이는 2008년 ‘조직 없는 조직력’이란 개념을 소개하고 정리한 『끌리고 쏠리고 들끓다』로 국내에서도 상당한 반향을 일으켰던 미국 뉴욕대 언론대학원 교수. 그는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2010년 현재 인터넷으로 연결된 세계 인구는 20억 명 이상이며, 휴대전화 사용자는 30억 명을 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 역사상 처음으로 시민 대부분이 상호 연결된 현실이 가져온 혹은 가져올 변화를 분석했다.

 그에 따르면 20세기에 등장한 혁신적인 미디어는 TV였다. TV는 시청자들의 여가시간 대부분을 빼앗았다. 라디오와 달리 사람들의 시각을 장악, 시청자들이 다른 일을 할 수 없게 했다. 소비적· 수동적 시청자를 만든 매체다. 실제 미국인은 1년 동안 2000억 시간을 TV시청으로 보낸다.

 하지만 쌍방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인터넷의 등장으로 세상은 바뀌었다. 생산과 공유를 겸하는 ‘시민’이 등장한 것이다. 쉬운 예로 TV 한 대를 들여놓으면 거대자본이 투입되는 방송국은 그대로 이고 시청자 한 명만 늘어나지만 컴퓨터가 한 대 팔리는 것은 자기 생각을 불특정 다수와 주고 받는 미디어가 하나 늘어나는 셈이란 것이다.

 지은이는 “많아지면 달라진다”는 물리학자 필립 앤더슨, “독이냐 아니냐를 결정하는 것은 양(量)이다”란 독물학자의 개념을 원용해 이 사실을 분석한다. 여기서 그는 새로운 사회적 자원인 ‘인지 잉여(Cognitive Surplus)’란 개념을 사용한다. 노동시간 감소와 기술 발전으로 연간 1조 시간이 넘는 여가를 갖게 된 전 세계 시민들이 이를 사람들과 함께 모아 사용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사회변화가 가능하다는 맥락에서다.

 예를 들어 이 중 1%만 좀더 의미 있는 일에 쓴다면 1900만개의 지식을, 270개 언어로 제공하는 세계 최대의 지식공유 사이트 ‘위키피디아’를 100개나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이집트·튀니지 등 중동 민주화 혁명이나 케냐 정부의 폭정을 진정시킨 시민참여 고발 사이트 ‘우샤히디’에서 보듯 그런 변화는 이미 진행형이다.

 문제는 이를 위한 수단과 동기, 그리고 기회가 있느냐인데 지은이는 낙관하고 있다. 이미 인터넷 덕분에 정보와 메시지의 생산과 공유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게 낮아졌고, 돈도 안 되는 일에 시간을 쏟아 붓는 사람들이 많이 존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해리 포터』의 주인공들이 등장하는 ‘팬 픽션’이 이미 50만 편이 넘는다는 사실 등이 그런 낙관을 뒷받침한다. 이기심뿐만이 아니라 자율성과 유능성, 멤버십과 관대함 때문에도 사람들은 ‘행동’하고 참여한다는 설명이다. ‘정보의 쓰레기더미’니 하며 평균적인 질 하락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걱정하지 말란다. 평균적인 질은 떨어졌지만 다양한 실험과 검증을 거쳐 이전보다 탁월한 선택을 할 가능성은 더 높아졌기 때문이라는데 상당히 설득력 있다.

 변화에 따른 적응에 대해서는 목소리가 작아진다. 새로운 도구가 제공하는 기회가 클수록 이전 사회 형태를 바탕으로 미래를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며 ‘작게 시작하라’ ‘왜? 라고 물어라’ ‘성공은 실패보다 더 많은 문제를 낳는다’ 등 일반론적이며 추상적인 조언을 내놓을 따름이다. 비록 언제 어떤 돛을 올릴지 아는 데는 미흡하지만 불어오는 새 바람의 풍향을 알기에는 유용한 책이다.

김성희(북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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