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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경엔 불교 얘기만? 그리스·노자철학도 나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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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본지 토요일자 j섹션에 역사소설 ‘붓다의 십자가’를 연재 중인 김종록 작가. [변선구 기자]

지난 5월부터 매주 토요일 본지 j섹션에 연재 중인 김종록(48) 작가의 역사소설 ‘붓다의 십자가’가 고비를 향해 치닫고 있다. 핵심 내용이 실체를 드러내고 있다. 제목이 시사하듯 파격적 설정을 깔고 있다. 팔만대장경에 불교 법문만 들어 있는 게 아니라 당나라 때 공인된 아시아 지역의 기독교, 즉 경교(景敎) 관련 내용도 담겨 있다는 것이다.

 소설의 화자는 가상의 인물인 승려 지밀(指密)이다. 거란족에 의해 초조대장경(初雕大藏經)이 불타고, 이후 몽골이 쳐들어오자 팔만대장경 재조성 작업이 한창이던 1248년이 배경이다. 경교 관련 내용은 다름 아닌 예수의 탄생 장면이다. 구유에 예수가 모셔져 있고 마리아와 동방박사가 경배하는 장면을 그림으로 새겨 넣은 것이다.

 소설은 추리구조다. 이런 불경스러운 내용의 경판(經板)을 누가 새긴 것인지, 문제가 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당시 왕이 피신해 있던 강화도로 왜 올려 보낸 것인지 등의 의문점이 하나씩 풀려나간다. 지난달 24일자에 실린 19회(사진)에서는 지밀을 수행해 수사를 돕던 승려 인보가 의문의 죽음을 당하기까지 한다. 작가 김씨를 만났다. 1011년 조성을 시작했으니 초조대장경 탄생 1000년이 되는 해, 대장경 소설의 집필 의도 등을 물었다.

 -불교에 대한 지식이 상세하다. 700여 년 전 고려시대 풍경에 대한 고증도 실감난다.

 “원래 불교철학을 좋아한다(김씨는 성균관대 대학원에서 한국철학을 공부했다). 역사와 철학에 바탕을 둔 글쓰기를 즐기는 편이다. 소설을 쓰기 위해 수백 권의 책을 읽었다. 자료 조사를 철저히 했다. 현장 조사도 했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강화도·변산반도 일대를 다녀왔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실제로 만져보기도 했다. 이를 어떻게 하면 맛깔스럽게 쓸지 고민했다.”

 -독자들의 반응은.

 “내용이 내용이다 보니 역사 전공 교수분들이 소설 잘 보고 있다고 전화를 많이 주신다. 종교계에서도 관심이 많은 것 같다. 스님들도 그렇지만 특히 기독교 목사들이 흥미 있어 하는 것 같다.”

 -팔만대장경에 기독교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상상을 어떻게 하게 됐나.

 “팔만대장경에는 불교 경전뿐 아니라 그리스 철학, 노자 철학까지 들어 있다. 당대 인류의 지식총서라 할 만하다. 나무로 만들어졌으니 나무도서관이랄까. 이웃 일본에서 20세기에 만들어진 ‘다이쇼신수대장경(大正新修大藏經)’에는 실제로 동방 기독교 문헌이 들어 있기도 하다. 고려는 왕성하게 해외교역을 하던 나라였다. 팔만대장경에도 경교 관련 내용이 포함될 수도 있었겠구나, 생각을 하게 됐고 소설에 반영한 것이다.”

 -경판을 새기던 각수(刻手) 김승이 예수 탄생 장면을 그려 넣은 이유는.

 “미리 얘기할 수 없다. 차츰 밝혀질 것이다. 김승이 일종의 혁명가였다는 점만 밝히겠다. 그는 몽골과의 싸움을 피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인물이다.”

 -팔만대장경을 기리는 내용은 아닌 것 같다.

 “결코 폄하하는 내용이 아니다. 대장경을 그냥 모셔두기만 해서는 안 된다. 문화콘텐트로 다양하게 활용해야 한다.”

 -최종 분량은 얼마나 되나.

 “현재 200자 원고지로 700쪽쯤 썼다. 1100쪽까지 써 한 권으로 할지, 1800쪽을 써 두 권으로 할지 고민 중이다.”

글=신준봉 기자
사진=변선구 기자

◆김종록=1963년생. 전북대 국문과. 성균관대 대학원 한국철학과. 장편 『소설 풍수』 『달의 제국』 등. 삼성문학상·불교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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