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경상수지 +4억 달러 … 간신히 흑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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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8월 경상수지가 간신히 흑자를 기록했다. 규모가 전달의 10분의 1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계절적 요인에 글로벌 경제불안이 겹친 탓이다. LG경제연구원 신민영 경제연구실장은 “(휴가로 인한 수출물량 감소 등) 계절적 요인도 있지만 글로벌 경제불안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이 일부 실물에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둔화가 본격화하는 앞으로가 더 문제”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8월 경상수지(잠정) 흑자 규모는 지난달보다 33억4230만 달러가 줄어든 4억 달러였다. 18개월 연속 흑자를 이어갔으나 흑자 규모는 올 1월 1억5470만 달러 이후 7개월 만에 최저치였다. 경상수지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치는 상품수지(수출액-수입액)가 전달 47억2800만 달러에서 4억8020만 달러로 급감한 게 주요 원인이었다. 특히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각각 13%, 22.1% 급감했다.

 한은 금융통계부 양재룡 부장은 “올해 여름휴가가 7월 말~8월 초에 집중됐는데 순환 근무하는 대신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하는 바람에 흑자 규모가 크게 줄었다”며 “그러나 7~8월 평균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1~8월 평균보다 커 특별히 나빠졌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또 “반도체·LCD 등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는 9월에도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며 “한은에서 전망한 연간 경상수지 155억 달러 흑자는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삼성경제연구소 이태환 연구원도 “통상 휴가 전인 7월에 물량을 많이 밀어내기 때문에 8월엔 경상수지 흑자 규모가 뚝 떨어진다”며 “8월 수치 하나만 보고 엄청난 ‘적신호’라고 말하기에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그러나 LG경제연구원 신민영 실장은 “세계 경기 둔화에 따라 수출 증가세가 계속 떨어질 것”이라며 “요즘처럼 국제 금융시장이 불안하고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일수록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흑자를 지속하면 외부 불안심리를 잠재울 수 있지만 적자로 돌아서면 투기적 자본이 국내 금융시장을 교란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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