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재성 무죄 판결 … 법원, 제 식구 감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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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광주지법 형사2부(재판장 김태업 부장판사)는 29일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선재성(49·휴직 중·전 광주지법 수석부장판사·사진) 판사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했다. 또 선 판사에게 주식 투자 차익을 올리도록 한 혐의(뇌물공여) 등으로 함께 기소된 강모(50) 변호사도 무죄를 선고받았다. 시민단체와 법조계에선 선 판사가 광주·전남 지역에서 19년 동안 근무한 향판(鄕判)이라는 점에서 광주지법이 제대로 된 재판을 하기 어려웠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선 판사는 부인 문씨가 2005년 7월부터 1년간 강 변호사의 소개로 비상장회사인 광섬유업체에 투자해 1억여원의 시세 차익을 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선 판사는 부인 문모씨가 친구인 강 변호사를 통해 투자한 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사의 경영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하면 주식을 취득한 게 경제적으로 큰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파산재판부 재판장이었던 선 판사가 자신이 담당한 법정관리 업체 두 곳의 공동관리인 4명을 불러 “채권추심소송을 진행하려면 강 변호사와 상의해 보라’고 한 것은 기업의 효율적인 회생을 위한 조언이나 권고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미 법원은 수사 초기인 지난 3월 검찰이 선 판사와 강 변호사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 영장 11건을 기각했다. 압수수색의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검찰은 결국 통화 내용 등 일부에 한해서만 수색영장을 발부받을 수 있었다.

 법원의 무죄 판결에 대해 검찰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했다. 강찬우 광주지검 차장검사는 “검사가 자신의 사건 피의자에게 특정 변호사를 소개하면 처벌된다”며 “특히 변호사법 위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건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선 판사가 오랫동안 근무했던 광주지법에서 재판이 이뤄진 데 대한 논란도 일고 있다. 문방진 광주지법 공보판사는 “검찰 측에 ‘다른 법원으로 이전해 재판할 수 있으니 고려해 보라’고 했는데, 검찰이 관할 이전 신청을 하지 않았다”며 “재판장이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사건인 만큼 사실관계나 법률적 판단에 더욱 신경 썼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이 선 판사가 오래 근무한 광주지법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재판을 해 달라고 신청을 하지 않은 것은 안이한 조치였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선 판사에게 무죄 판결을 내린 김태업 부장판사는 선 판사의 서울대 법대 후배로 올해 초 광주지법에서 잠시 함께 근무했다.

 익명을 원한 검찰 관계자는 “법원이 자정 능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안타깝다”며 “같은 판사들이라 선 판사의 증언과 진술에 더 무게를 둔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검찰은 판결문을 검토해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또 2심은 다른 법원에서 재판을 해 달라고 요청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광주지역 시민단체들에서도 이번 판결이 논란이 되고 있다. 참여자치21의 오미덕 사무처장은 “기소 당시 우려했던 ‘제 식구 감싸기’ 식의 판결이 나온 것 같아 착잡하다” 고 말했다.

광주=유지호 기자

주식투자로 시세차익 … 뇌물 여부가 핵심

선재성 판사 혐의는

불구속 기소된 선재성(49) 판사에게 적용된 혐의는 뇌물수수와 변호사법 위반, 직권남용 등 세 가지였다. 핵심은 주식 투자를 통한 뇌물수수 여부였다. 검찰은 부인 명의지만 사실상 선 판사의 직접 투자였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재판 과정에서 “선 판사의 부인이 강 변호사의 소개로 주식 투자를 해 시세 차익을 올린 것은 직무 관련성이 있다”며 “부인이 투자한 돈도 선 판사의 월급 통장에서 2억원이 빠져나간 만큼 선 판사가 주식 투자 사실을 알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또 파산재판부 재판장이었던 선 판사가 자신이 담당한 법정관리업체 두 곳의 공동관리인 4명에게 강 변호사를 추천한 것은 변호사법 위반과 직권남용이라고 판단했다.

 공소 사실에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선 판사는 지난 1월 친형을 자신이 담당하는 법정관리업체의 감사로 임명했다 물의를 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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