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들, 경찰에 시비 걸면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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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오(사진) 경찰청장이 “1980년대 민주화 투쟁에 앞장섰던 분들이 직업적 혁명가, 직업 운동가로 나서면서 지금도 환경·무상급식·국방 등 온갖 이슈에 개입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법질서 확립을 위해서는 판사들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판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청장은 29일 오전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조찬간담회 강연에서 이같이 말했다. 80년대 민주화 투쟁 인사들이 민주화가 이뤄진 뒤에도 진보정당과 노동계 등에 들어가 정치를 이념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청장은 “경제 성장과 민주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면 그 다음 단계로 발전해 나가야 하는데 우리 노동계 등은 여전히 정치적 이념 논쟁에 빠져 있다”고 말했다.

 법질서 확립은 경찰만의 몫이 아니라고도 했다. 조 청장은 “2007년 이랜드 사태 때 법을 위반한 비정규직 근로자 200여 명을 연행했는데 법원에서 ‘생존권 차원의 저항’이라며 구속시키지 않았다”며 “그러자 일부 연행자가 ‘정의가 승리했다’며 경찰을 비난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판결이 되풀이되면 경찰은 범법자를 연행하지 않게 된다”며 “판사들이 중심을 잡고 제대로 판결해야 하고 정치인도 엄정한 법 집행을 하는 경찰에 시비를 걸면 안 된다”고 했다.

 조 청장은 “한때 13만 명까지 올라갔던 반정부·반사회 성향에 동조하는 세력이 (현 정부 출범 이후인) 2008년 8만 명까지 줄었다”며 “이런 세력을 점차 줄여 가야 안정된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청장은 “진보라고 하는 사람들 가운데는 국가 정체성을 부정하는 이적단체 회원들도 있다”며 “경찰은 좌와 우를 떠나 가치중립적인 차원에서 법 집행을 하겠지만 국가의 정체성을 건드리는 세력에 대해서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하게 대처해야 많은 국민의 지지와 공감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청장은 또 “우리 사회 갈등 조정 능력이 바닥에 있기 때문에 이것을 길거리에서 받아 내야 하는 우리 경찰은 다른 어떤 나라 경찰보다 힘들다”며 “갈등 해결 능력을 키우면 우리 사회가 윤택해지고 삶의 질도 나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미국 경찰은 폴리스라인 넘은 하원의원을 수갑 채워서 체포해도 수긍하는데 우리 정치인들이라면 가만히 있지 않았을 것”이라고 밝혔다. 경찰청장이 대한상의 조찬간담회에서 강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성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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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소속기관

생년

[現] 경찰청 청장(제16대)

195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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