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지펀드에 투자하는 1억 달러 펀드 첫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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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유망 벤처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털처럼 성장 가능성이 큰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펀드가 국내에 처음 등장했다.

 황성호(58·사진) 우리투자증권 사장은 29일 “프랑스 헤지펀드 시딩 전문 운용회사인 ‘뉴알파’와 신생 헤지펀드 투자를 위해 1억 달러(약 1173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는 내용의 계약을 했다”고 밝혔다. 헤지펀드 시딩은 신생 헤지펀드에 초기 투자해서 펀드 투자 수익은 물론 펀드 실적의 일정 부분도 추가 수익으로 받는 사업을 뜻한다. 일종의 ‘헤지펀드 벤처캐피털’이다. 뉴알파는 이 분야의 5위권 회사로 수탁액이 6억5000만 달러(약 7000억원)에 달한다.

 이번 협력은 두 회사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고 황 사장은 설명했다. 뉴알파는 급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을 잘 아는 파트너가, 우리투자증권은 신생 헤지펀드 개발·육성 노하우가 있는 파트너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황 사장은 “요즘처럼 시장의 변동성이 심할 때 투자자는 시장 흐름에 상관없이 안정적인 수익을 내기를 원한다”며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헤지펀드가 기존 투자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왜 헤지펀드인가.

 “전통적인 투자 수단인 기존 펀드는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수익률이 급락해 어려움을 많이 겪었다. 그래서 투자자가 자문형 랩으로 많이 옮겨갔다. 하지만 자문형 랩도 특정 종목에 집중하는 전략 때문에 요즘 같은 급락장에선 어려움이 많았다. 그래서 대안으로 헤지펀드가 나온 것이다.”

 -헤지펀드는 위험하다는 인식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 헤지펀드는 시장 상황에 영향받지 않는 절대수익을 추구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다. 이번에 세계 금융 불안을 경험한 투자자가 큰 관심을 보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근 세계 금융시장이 너무 흔들리고 있다.

 “절대수익을 추구하는 위험 중립적 전략을 쓴다는 입장은 확고하다. 이런 전략은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일단 우리투자증권과 뉴알파가 250억원씩 돈을 넣어 올해 말까지 1억 달러 규모의 펀드를 만들 계획이다. 내년 상반기가 되면 신생 헤지펀드에 투자할 수 있을 것이다.”

 -국내에서 처음 시도하는 방식인데 이를 담당할 인력은 충분한가.

 “그동안 국내 증권사에서 헤지펀드라는 말은 많이 했으나 실질적으로 헤지펀드 관련 업무를 해 본 회사는 없다. 우리투자증권은 2008년에 이미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회사를 싱가포르에 설립하고 15개 헤지펀드에 투자하고 있다.”

 -주로 아시아 헤지펀드에 투자하나.

 “일단 아시아 시장에 주력한다. 하지만 아시아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마케팅을 할 계획이다.”

 -기대 수익률은.

  “일반 헤지펀드 투자 수익 8%보다 2~3%포인트 높은 10~11%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헤지펀드 시딩은 펀드 투자 수익 외에 펀드 운용과 성과보수 일부를 추가로 받기 때문이다.”

 -개인도 이 펀드에 투자할 수 있나.

 “일단 이 펀드는 기관 투자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 펀드가 궤도에 오르면 개인을 위한 상품도 내놓을 것이다.”

김창규 기자

◆헤지펀드(hedge fund)=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해 ‘헤징(hedging·위험 회피)’ 하는 펀드를 통칭한다. 증시에서 매도·매수를 동시에 진행하거나 현·선물을 나눠 투자하는 등 다양한 금융기법을 활용해 수익을 낸다. 주식·채권·외환·부동산 등 돈 되는 곳엔 어디나 투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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