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피펜 - 잭슨 '숙명적 만남'

중앙일보

입력

‘사제지간의 숙명적 만남’

NBA 웨스턴컨퍼런스 챔피언의 자리를 놓고 20일(토)부터 7전4선승 시리즈를 시작하는 LA 레이커스와 포틀랜드 트레일블레이저스의 대결은 프로농구 최강끼리의 격돌이란 것 외에도 또다른 흥미거리를 던져주고 있다.

바로 필 잭슨 감독(레이커스)과 스카티 피펜(포틀랜드)의 조우다.

불과 2년전만 하더라도 잭슨 감독과 피펜은 시카고 불스란 한배를 탔던 동지. 98년 불스는 NBA 6회 석권이란 위업을 이뤘으며 이는 마이클 조던이란 불세출의 스타의 공이 컸지만 피펜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또 피펜은 조던과 함께 잭슨 감독이 심혈을 기울여 가꿔낸 작품으로 이제 두사람은 사제지간에 서로 비수를 겨누는 얄궂은 운명에 처했다.

게다가 피펜은 NBA에서 가장 플레이오프 출전 기록이 많은 선수의 하나이며 잭슨 감독의 작전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아는 선수여서 레이커스에게는 큰 위협이다.

지금까지 피펜이 치른 플레이오프 경기는 무려 191회. 이는 커림 압둘-자바(전 레이커스)보다는 46회 적지만 대니 에인지(전 보스턴 셀틱스)보다는 불과 2차례 모자란 것으로 그가 NBA 플레이오프 최다출전 2위에 오르는 것이 시간문제일 뿐이다.

풍부한 플레이오프 경험과 함께 레이커스가 경계하는 것은 피펜의 성실함과 민첩함.

피펜은 포틀랜드 선수중 유일하게 올해 정규시즌 82경기에 모두 선발로 출전해 게임평균 12.5득점을 올렸으며 플레이오프에서는 14.8점으로 더 맹위를 떨치고 있다. 여기에 통산 플레이오프에서 터뜨린 3점슛도 27개로 슛장이란 레지 밀러와 쌍벽을 이룬다.

그는 특히 생애 플레이오프에서만 364개 스틸을 기록할만큼 민첩해 몸놀림이 둔한 편인 레이커스 선수들로서는 골치거리가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잭슨 감독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으니 레이커스로서는 경기가 급박한 상황을 맞았을 때 작전의 윤곽을 상대에게 노출당할 수 있다는 압박감까지 안게 된 것이다.

이같은 이유로 잭슨 감독은 “포틀랜드의 리더는 피펜”이라고까지 못박으며 “그의 활약 여부에 따라 승부가 좌우될 것”이라는 우려를 숨기지 않았다.

잭슨-피펜 대결의 흥미거리 또 한가지. 두사람은 마이클 조던없이 처음으로 NBA 챔피언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맞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연 누가 조던 없이도 챔피언을 차지할 수 있다는 것을 먼저 증명할 지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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