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특대 사변" 이라며 선전하던 물건…정작 주민들은 걸레로 사용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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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김정일이 2.8비날론련합기업소를 현지지도했다. [사진=노동신문]

북한이 요즘 주력상품으로 키우기 위해 생산을 독려하고 있는 합성섬유 '비날론'이 주민들로부터 푸대접을 받고 있다. 질이 형편없어서다.

지난달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간부들을 대동하고 비날론 공장을 현지지도했다. 노동신문에는 연일 비날론에 관한 선전이 올라오는 등 비날론은 요즘 북한이 가장 야심차게 내세우는 아이템이다. 그러나 정작 '장군님의 섬유'는 옷감으로 쓰이기엔 적당하지 않아 걸레나 먼지털이로 쓰이고 있다고 한다.

28일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지난해 함흥 2.8 비날론 공장을 16년 만에 재가동했지만 실제 가동률은 아주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은 "새로운 원자탄을 쏜 것 같은 특대형 사변" "인공위성이 단번에 몇 개나 날아오른 것 같은 놀라운 소식"이라며 호들갑을 떨었다.

그러나 요란한 선전과는 달리 주민들은 걸레로 쓴다. 심지어 가열해서 녹인 뒤 도배용 풀로 쓰기도 한다.

평양 보따리 무역상 김모씨는 "비날론은 땀 흡수도 잘 안 되고 보온성도 없기 때문에 옷감으로는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요즘엔 그나마 비날론 공장이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지 장마당에서도 비날론 섬유가 자취를 감췄다"고 했다.

2.8 비날론 공장이 있는 함흥 출신 탈북자 전모씨는 "비날론은 물기를 잘 빨아들여서 걸레감으로는 최고"라며 "단점은 이물질이 묻으면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비날론에 물을 넣고 가열하면 풀처럼 되는데, 접착력이 좋아 장판이나 벽지를 바르는데 사용하면 좋다"고도 했다. 잘 끊어지지 않고 질겨서 농촌이나 어촌에서는 밧줄로 사용된다고 한다.

함흥 주민 신모씨는 "전력난과 자재부족으로 2.8 비날론 공장의 가동률은 30%도 안 된다"고 전했다.

지난해 북한이 2.8 비날론 공장을 요란하게 재가동한 것은 화폐개혁 후유증과 식량난으로 인한 주민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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