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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헤리티지] 배우 윤소정의 웨딩 드레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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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정씨 모녀

오현경·윤소정씨의 결혼식 장면. 홍진기 당시 중앙일보 사장(오른쪽 사진 뒤)이 주례를 섰다.


40년도 넘은 ‘스타의 웨딩드레스’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연극배우 윤소정(67)씨가 1968년 자신의 결혼식에서 입었던 웨딩 드레스다. 영화배우 최은희·문희 등 당대 스타의 옷을 도맡았던 패션 디자이너 노라노(83)씨가 만들었다. 이화여대박물관은 윤씨의 드레스를 포함해 우리나라와 일본의 혼례 관련 유물에 담긴 미학을 조명하는 기획 전시를 연다. 이달 2일부터 12월 24일까지 넉 달 동안 펼쳐지며 전시 제목은 ‘백년가약-한·일 혼례문화에 담긴 마음’이다. 조선시대부터 오늘날까지 혼례에 사용된 복식 및 관련 유물을 통해 그 속에 담긴 백년가약의 의미와 미의식을 살펴보려는 시도다.

 “딸에게 물려주려고 흠 하나 없이 고이 간직한 드레스”라고 말하는 윤씨를 전화로 인터뷰했다.

40여 년 전 입은 옷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보관을 잘해 박물관 관계자들도 놀라더라.

 “딸을 낳으면 물려 입힐 작정으로 정성 들여 보관했다. 옷 싸는 흰 종이에 싸고 그걸 또다시 신문지로 두 번 더 포장해 잘 ‘모셨다’. 실크로 된 것인데 ‘옷이 잘 보관돼준 것’ 같기도 하다. 디자인과 소재가 훌륭해서인가(웃음).”

딸인 연극배우 오지혜(43)씨는 정작 이 드레스를 입지 못했다.

 “어릴 때부터 지혜에게 보여주면서 ‘네가 커서 결혼하면 이 드레스 줄게’라고 말했다. 지혜도 드레스를 볼 때마다 ‘나도 크면 입게 되겠지’ 하며 좋아했다. 한데 정작 결혼할 때 돼서 입히려고 보니 나보다 키도 더 크고 해서 맞지 않았다. 만들어주신 노 선생께 고쳐 달래려고 가져갔더니 ‘너무 보관을 잘했다’며 기뻐하셨다. 그러면서 ‘새로 만들어줄 테니 내게 도로 다오’ 하시기에 기쁜 마음으로 드렸다. 결혼 기념으로 그냥 해주신 것이니 오히려 주인을 찾아간 셈이다.”

왜 웨딩드레스를 딸에게 물려주려 했나.

 “의미가 있는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하면 결혼의 값진 의미를 더욱 잘 새길 수 있지 않겠나 생각했다.”

윤소정씨의 웨딩 드레스.


박물관에 전시된 자신의 웨딩드레스를 보니 어떻던가.

 “‘내가 저렇게 예쁜 옷을 입고 결혼했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고왔던 때 이 고운 웨딩 드레스를 입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이때 전화기 너머로 남편 오현경(75)씨가 “공주가 걸어 들어오는 것 같았다”고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웃음).] 한편으론 박물관에 전시된 옷을 보니 ‘이렇게 역사의 한 장을 장식하는구나’라는 생각에 뿌듯하기도 했다. 오랜 세월 고이 간직한 보람을 느꼈다.”

디자이너에게 웨딩드레스 디자인에 대해 주문한 것이 있나.

 “전혀. 알아서 해주시리라 믿고 기다렸다. 결혼식 전날 드디어 입어 볼 수 있었는데, 우아하고 품위 있게 만들어주셔서 너무나 기뻤다(남편 오씨는 “16세기 영국 셰익스피어 시절 왕비가 입었을 법한 우아한 웨딩드레스였다”고 회고했다). 목둘레선과 허리 부분에 장식이 있는데 노 선생께서 직접 한 땀, 한 땀 만들어주셨다. 지금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정도로 세련된 디자인이다.”

손녀도 웨딩드레스를 물려 입게 될까.

 “그럴 수 있으면 정말 좋겠다. 올해 열한 살인데 역시 노 선생이 지어주신 제 어미의 웨딩드레스를 무척 맘에 들어 한다. 그러면서 자기 자신의 ‘아름다운 결혼식’을 꿈꾸기도 하고 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녀석이 지혜보다 더 클 것 같아 웨딩드레스가 안 맞을 것 같다.”

강승민 기자

오현경-윤소정 결혼식

연극배우 윤소정씨는 1968년 2월 28일 ‘당대의 스타’ 오현경씨와 결혼했다. TBC에서 활동하며 큰 인기를 누리던 오씨의 결혼식에선 당시 홍진기 중앙일보 사장이 주례를 섰다. 결혼식장은 명동YWCA. 세간의 관심이 집중된 ‘화제의 결혼식’이었던 터라 식장이던 YWCA 강당을 가득 채우고도 모자라 건물 앞마당까지 인파로 가득 찼다. 신랑·신부가 식장으로 들어가기 힘들 정도로 붐벼 말을 탄 경찰들이 명동 일대의 현장 질서유지에 나서기도 했다.

딸 위해 40여 년 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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