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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대학 총장은 CEO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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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총장은 대학의 상징이다. 최고 지성의 표상(表象)인 동시에 대학의 최고 책임자가 바로 총장이다. 총장의 리더십이 대학 발전의 향배(向背)를 가른다. 전국 4년제 대학 100곳을 대상으로 실시된 2011 중앙일보 대학평가는 대학 경쟁력 향상의 중심에 총장이 있다는 엄연한 사실을 새삼 일깨웠다. 순위가 오른 상위권 대학이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한 위기의 대학이든 개혁의 선봉엔 총장이 서 있었다. 총장들이 대학 발전의 비전을 제시하고 소통의 리더십으로 구성원을 다독이며 변화를 이끄는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음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대학평가 시행 이후 18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 5위에 오르는 성과를 낸 성균관대만 해도 서정돈 전 총장과 김준영 총장의 역할이 결정적이다. 지난해까지 8년 동안 대학을 이끈 서 전 총장은 ‘양 아닌 질 경쟁’을 앞세워 학부 정원 10% 이상 감축, 학과 개편, 교수 인센티브제 도입 등 개혁을 주도했다. 올 1월 개혁의 바통을 이어받은 김 총장은 향후 10년간 교수 수를 현재 1250명에서 1700명으로 늘리고, 국제학술지 게재 논문 수를 5000편으로 현재보다 두 배 가까이 상향 조정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발전계획(비전 2020)을 수립했다. 대학의 교육·연구 혁신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김 총장은 글로벌 시대 대학 총장은 기업 최고경영자(CEO)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소신이다. 신속한 의사결정과 환경 변화에 맞춘 창조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올해 대학평가 결과에서 보듯이 과감한 구조조정과 제도 개선을 통해 대학을 한 단계 끌어올린 총장 대부분이 CEO 마인드를 견지한다는 점에서 백번 옳은 말이다.

 이제 대학은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기 어려운 시대다. 밖으로는 세계 유명 대학과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안으로는 학생 수 감소로 신입생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이다. 대학의 변화와 혁신이 시급한 지금이야말로 학자·교육자를 뛰어넘는 ‘CEO 총장’의 역할이 더욱 절실하다. 우리 대학의 경쟁력과 미래가 총장들에게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