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지영 “영화 본 사람들 미안해 하더라, 사회문제 눈 감았던 것에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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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가니’의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씨(왼쪽). 오른쪽은 영화의 한 장면.


영화 ‘도가니’의 사회적 파장이 거세다. 영화는 2009년 출간된 소설가 공지영(48)씨의 『도가니』를 재현했다. 원작의 힘을 무시할 수 없다. 영화 막바지, 피해 학생 민수가 성폭행 교사 박보현을 칼로 찌른 후 함께 죽는 장면이 소설에 없는 게 다르다면 다르다. 28일 공씨를 전화로 만났다.

 -영화의 돌풍이 거세다.

 “나도 솔직히 이유를 잘 모르겠다. 영화를 본 사람들이 오랫동안 사회를 잊고 살았던 것에 대해 미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 영화에서 다룬 사건을 단순히 남의 일로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다.”

 -사회를 잊고 살았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15년 전과 비교하면 한국의 절대소득은 크게 늘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훨씬 더 불안해 하고 경쟁 대열에서 혼자 뒤처지고 있다고 느낀다. 자기만 바라보고 살다 보니 사회적인 문제에 대해 눈을 감았다고나 할까. 영화를 보고 나서 그런 스스로를 미안해 하는 사람들이 많다. 앞으로 사회문제에 눈감지 않겠습니다, 이런 얘기를 한다.”

 -또 다른 이유가 있다면.

 “최근 몇 년간 우리 사회는 강자독식 사회였던 것 같다. 강자독식 도가니에 빠졌다고나 할까. 사람들이 영화를 보며 그런 것에 대해 분노하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사회의 강자들은 아량이나 여유가 없다. 가진 사람이 참고 양보해야 사회가 원만할 텐데 그 반대다. 없는 사람을 짓밟는다. 한진중공업 같은 사건이 그 사례다. 그런 이들의 시위가 사회에 무슨 큰 위협이 된다고…. 강자들은 또 잘못을 저지르고도 제대로 처벌받지 않는다. 그들이 당당하게 사는 모습을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된 것 같다.”

 -소설도 그렇지만 영화에서도 기득권층은 제 밥그릇 챙기기 바쁜 것으로 그려진다.

 “막 법복을 벗은 한 법조인에게 물어봤다. 법원이 왜 그런 솜방망이 처벌을 내린 거냐고. 그분이 그러더라. 점수 1점 차이로 감투를 쓰거나 낭인이 되는 경쟁을 평생 하며 살아온 판사들이 그깟 장애인 학생의 인권을 위해 동창이나 선후배 법조인들에게 얼굴 붉힐 일을 하겠느냐고. 그 얘기를 듣고 내가 학교에서 배운 정의는 쓰레기통 속에 빠졌구나, 생각했다. 판사나 의사, 교육청 사람들이 큰 범법행위를 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자신들의 한계 내에서 조금씩 융통성을 발휘한 결과가 뭉쳐진 게 장애 학생들에게는 철퇴로 떨어졌다. 약간 정의로울 수는 없다. 원칙을 정확히 지키지 않으면 바로 불의로 떨어진다.”

 -지나친 흑백 논리 아닌가.

 “사회 전체가 그렇다는 얘기가 아니다. 파라다이스처럼 깨끗한 사회가 있겠나. 어떤 사안을 다룰 때 원칙을 지키지 않으면 불의를 저지르게 된다는 거다.”

 -도가니 같은 사례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2007년 국회에서 부결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이 빨리 통과됐으면 한다. 인화학교 같은 복지법인을 충분히 감시할 수 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런 사회적 소동이 발생하면 제도는 반걸음 발전할 뿐이다. 그런 변화에 영향을 미칠 때 작가로서 보람을 느낀다.”

신준봉 기자

◆공지영=1963년 서울 출생. 연세대 영문과 졸업. ‘동트는 새벽’으로 88년 등단. 장편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소설집 『인간에 대한 예의』 『존재는 눈물을 흘린다』, 산문집 『지리산 행복학교』 등. 오영수문학상 ·이상문학상 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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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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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년

[現] 소설가

196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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