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가치 10원 내릴 때 영업이익 … 삼성전자 3000억↑ 포스코1000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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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최근 급변하는 원화가치 때문에 삼성전자와 포스코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만 움직여도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수천억원 규모로 늘거나 줄어서다.

 국내 대표 수출기업인 삼성전자 입장에선 원화가치가 떨어지면 가격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에 유리하다. 하지만 철강 제품 생산을 위해 원자재를 많이 수입하는 포스코는 원화가치가 하락하면 수입 가격이 높아져 수익성이 떨어지는 부담을 지게 된다. 원화가치 변동에 따라 두 회사의 희비가 엇갈리는 셈이다.

 증권업계 분석에 따르면 원화가치가 10원 내리면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은 3000억원 늘어난다. 반면 포스코의 영업이익은 1000억원 줄어든다. 이 때문에 두 회사는 최근 변동성이 커진 외환시장 동향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선태 메리츠종금증권 애널리스트는 “올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약 13조7000억원으로 추정된다”며 “환율 변동을 고려해 영업이익을 계산하면 원화가치가 10원 내릴 때마다 연간 이익이 3000억원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원화가치가 급락세를 이어가는 것보다 단계적으로 하락할 때 수익성에는 더 보탬이 된다는 의견도 있다. 박형중 메리츠종금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보기술 업종은 환율 민감도가 크다”며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원화가치가 아래로 치닫는 것보다는 점진적으로 내려올 때 효과가 더 크다”고 설명했다.

 철광석 등 원자재를 수입하는 포스코로서는 원화가치 하락이 대형 악재다. 하나대투증권은 달러당 원화가치가 10원 내리면 포스코의 연간 영업이익이 약 1000억원 줄어든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 회사가 영업을 하면서 생기는 달러 순노출액(Net exposure)이 100억 달러(약 11조7330억원) 수준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원화가치 급락에 따라 철강제품 가격을 올릴 수 있는 여지가 생겨 수익성에 미치는 악영향은 제한적이란 평가도 있다. 김정욱 하나대투증권 애널리스트는 “철강 경기가 바닥권이어서 원자재 수입 가격은 이번 달을 정점으로 점차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원화가치 급락으로 오히려 내수 가격 경쟁력은 강화돼 포스코의 수익성 훼손 규모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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