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관리들, 김정은을 후계자라 말 안 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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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휴스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가 28일 관훈토론회에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셋째 아들 김정은이 아직 후계자 입지를 굳히지 못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피터 휴스 전 평양 주재 영국대사는 28일 서울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에서 “북한 관리들에게 김정은이 어떤 사람이냐고 물으면 ‘대장’이라고만 할 뿐 후계자라거나 김정일을 대체할 인물이라고 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휴스 전 대사는 3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영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한국에 들렀다.

 그는 이어 “북한 주민이 외국인인 나에게 후계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한 적은 없다”며 “하지만 권력 승계에 대한 보편적이고 전폭적인 지지는 없다고 전해 들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김정일 정권에 대한 집단적인 반발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휴스 전 대사는 주장했다. “시민사회가 형성되지 않은 데다 집단적으로 불만을 표출할 중심 세력도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사회는) 상호 간 의사소통이 철저히 통제되고 있으며 누가 엿들을지 몰라 주민들이 매우 조심스럽게 이야기한다”고 전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중동의 민주화 요구 시위에 대한 정보도 철저히 차단됐다고 했다. “이집트 무바라크 대통령의 사임 뉴스만 간단히 나온 적이 있었을 뿐 중동 민주화 관련 소식은 전혀 보도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성적인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북한에 있는 동안 작지만 주목할 만한 변화들이 평양에서 목격됐다”고 전했다. “도로에 주로 중국에서 생산된 차가 많아졌고, 좋은 옷을 입고 외식을 하는 사람들도 늘었다”고 했다. 휴스 전 대사는 가장 큰 변화로 휴대전화의 확산을 꼽았다. 그는 “이동통신 가입자가 60만 명을 돌파해 평양에서는 휴대전화를 이용하는 풍경이 흔해졌다”고 말했다.

남정호 jTBC 기자

◆북·영 관계=북한과 영국은 2000년 수교 이후 각각 런던과 평양에 대사관을 개설하고 외교관을 파견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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