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 바루기] 모두발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15면

“그는 간담회의 모두발언에서도 그렇게 말했다.” “결론은 모두에서 이미 말한 바와 같다.” ‘모두’는 한자를 알지 못하면 그 뜻을 파악하기가 어렵다. 한자어 ‘모두(冒頭)’는 어려운 말이다. 우리말 ‘모두(전부)’와 헷갈릴 수도 있다.

 ‘모두’의 모(冒)는 ‘무릅쓸 모’, 두(頭)는 ‘머리 두’이다. ‘무릅쓰다’의 대표적인 쓰임은 모설(冒雪:눈 오는 것을 무릅씀), 모우(冒雨:비를 무릅씀), 모험(冒險:위험을 무릅쓰고 어떠한 일을 함. 또는 그 일)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모두(冒頭)’에서 모(冒)는 ‘나아가다’ ‘나오다’는 뜻으로 쓰였다. ‘모두’는 ‘머리를 내다’이니 ‘머리를 들다’란 뜻이 된다. ‘머리를 들다’는 어떤 일이 시작됨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머리’는 또 ‘일의 시작이나 처음’을 비유적으로 이르기도 한다.

 ‘모두(冒頭)’는 ‘말이나 글의 첫머리’란 뜻이다. ‘모두발언(冒頭發言)’ ‘모두진술(冒頭陳述)’ 등과 같이 사용된다. ‘모두발언’을 일부 신문에서는 ‘머리발언’으로 쓰고 있다. 좋다. ‘머리발언’이 꺼려진다면 ‘첫 발언’ ‘앞 발언’ 또는 ‘시작발언’이나 ‘시작말’도 대체어로서 괜찮을 것 같다.

최성우 기자

▶ [우리말 바루기] 더 보기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