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장 그라운드서 기준치 초과 석면 검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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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 잠실야구장을 비롯한 전국 주요 야구장 토양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이 들어 있어 선수와 관중의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5개 야구장에서 채취한 18개 시료에서 모두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고 발표했다. 산업안전보건법 등에서 정한 석면 함량 기준치 0.1%를 초과한 시료도 13개나 됐다. 이번 조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직업환경건강연구실과 공동으로 진행했다.

 잠실구장의 경우 3루와 홈 사이 주루 그라운드 토양에서 채취한 3개 시료 중 2개에서 백석면이 0.25%씩 검출됐다. 나머지 1개 시료에서는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0.25% 검출됐다. 또 잠실구장의 창고에 보관 중인 토양 포대 5개 중 4개에서도 백석면이 0.25%씩 검출됐다. 부산 사직구장의 내야 주변 토양 시료 3개에서는 각각 트레몰라이트 석면 0.25%, 백석면 1%, 백석면 0.75%가 검출됐다. 인천 문학구장에서는 1개 시료에서 액티놀라이트 석면이 0.25% 검출됐다.

 이 밖에 경기도 수원구장에서는 내야 주루 토양 시료 5개 중 1개에서 액티놀라이트 석면이 0.25% 검출됐고, 다른 1개 시료에서는 백석면이 0.25% 검출됐다. 경기도 구리시 구리구장에서는 시료 1개에서 트레몰라이트 석면이 미량 검출됐다.

 각 야구장에서는 운동장의 물 빠짐 개선을 위해 사문석 성분이 들어있는 토양을 쓰고 있다.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에서는 석면이 함유된 경북 안동지역 사문석 광산의 돌을 사용한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시민센터 최예용 소장은 “연간 600만 관중이 찾는 프로야구장에서 석면 성분이 검출됐다는 것은 선수와 심판, 야구장 관리 인력은 물론 관중까지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라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해당 구단 등에서는 석면 토양을 즉각 제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야구장 석면 검출 소식은 야구인들에게도 큰 충격이다. 이번 조사에서 석면이 검출된 잠실구장을 홈구장으로 쓰는 선수들은 특히 걱정스러워했다. 두산 투수 김선우는 “선수단과 가족 및 관계자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클지, 언제 나타날지 염려된다”고 했다. 포지션 특성상 불규칙 바운드 등을 피하기 위해 그라운드의 흙을 자주 고르는 내야수의 경우 더욱 심했다.

 LG 포수 조인성은 “포수이다 보니 소리 지르면서 입으로 호흡하는 경우가 많다. 블로킹 상황이나 홈 슬라이딩 승부를 할 때 입이나 눈에 흙도 자주 들어온다”고 말했다. 내야수 손시헌(두산)은 “선수단은 겨울 훈련을 대부분 일본으로 간다. 원전 방사능 문제로 걱정이 큰데, 국내 야구장마저 이런 환경이라니…”라며 말끝을 흐렸다.

 팬들의 건강도 걱정했다. 심판 경력 19년차의 문승훈 팀장은 “관중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루 빨리 개선돼야 한다”고 했다. LG 김정민 배터리 코치도 “지금까지 모르고 경기장에 나갔던 것이 꺼림칙하지만 늦게나마 발견돼 다행”이라고 했다.

 KBO는 이날 긴급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상일 KBO 사무총장은 “27일 환경부·서울시와 대책회의를 한다. 남은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 일정에 차질이 없는 구장부터 새 흙으로 교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이형석·유선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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