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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

중앙일보

입력

느껴지나요? 그녀의 부드러운 떨림이...

의사인 키너는 치매에 걸린 노모를 돌보며 하루를 집에서 보내게 된다. 그녀는 동료 의사에게 호감을 갖지만 그의 전화는 오지 않는다. 그녀는 카드점을 치는 여자 크리스틴을 집으로 불러들여 그녀의 점괘를 듣는다.

레베카는 유부남과 연애 중이다. 그의 아이를 임신한 레베카는 갈등에 빠진다. 어쩌면 마지막 임신이 될 지도 모른다는 의사의 경고를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녀의 애인은 어떤 위안도 주지 못한다. 어려운 결정을 앞에 둔 그녀...

로즈는 이혼하고, 15세의 아들과 살고 있는 동화작가다. 성숙해진 아들에게 소외감을 느끼던 그녀는 옆집에 이사온 난쟁이 알버트와 친해지게 된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어느새 사랑을 느끼는 로즈...

키너의 카드점을 쳐 준 크리스틴은 릴리라는 여자친구와 동거중인 레즈비언. 릴리는 병으로 죽어가고 있다. 타인에게 조언하는 것을 직업으로 가진 크리스틴이지만 정작 자신의 상황에서는 어찌할 바를 모른다. 두려움과 외로움... 그녀는 그 속에서 길을 잃는다.

형사 캐시는 자신의 여고동창인 카르멘의 자살사건을 맡게 된다. 그녀의 자살이유를 알기 위해 애쓰던 캐시는 여동생 캐롤의 조언을 듣는다. 뛰어난 미모와 유머감각을 지닌 점자 지도교사, 동생 캐롤은 은행원과 연애중이다.

캐시는 그런 동생에게 위축되지만 카르멘의 죽음에 대한 캐롤의 말 속에서 미처 깨닫지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리뷰]...김은희 기자

영화〈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에는 여섯명의 '그녀'가 등장한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할리우드의 소위 잘 나가는 그녀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글렌 클로즈,카메론 디아즈,칼리스타 플록하트,홀리 헌터,에이미 브렌맨,캐시 베이커가 바로 그들이다.

영화는 상투적이고 일반적인 내러티브를 배제하고 다섯개 에피소드를 독특한 옴니버스 형식으로 엮었다. 각각 다른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서로서로가 가볍게 스쳐 지나가면서 하나의 이야기를 이룬다.

글렌 클로즈는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사랑에 실패하고, 카드점에 운명을 카운셀링하는 나약한 산부인과 의사를 연기한다. 연기파 배우답게 노련한 연기를 펼치는 글렌 클로즈는 그 표정만으로도 카리스마가 느껴진다.

홀리헌터는 남성위주의 조직사회에서 고립감을 느끼는 성공한 은행 매니저. 유부남과의 사랑으로 작은 위안을 얻지만 임신으로 위기를 맞게 된다. 그녀의 에피소드의 마지막 거리씬, 복받쳐 오르는 감정을 토해내는 홀리현터의 절제된 연기가 압권이다.

뛰어난 미모와 유머감각을 지닌 시각 장애인을 연기한 카메론 디아즈는 쉽지 않은 시선처리와 내면연기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6명 여자들의 사랑과 이별,가족과 외로움 그리고 성(性)에 관한 다양한 감정들이 배우들의 훌륭한 연기와 섬세하고 비일상적 분위기로 연출된다.

〈그녀를 보기만 해도 알 수 있는 것〉는〈포룸〉등의 영화에서 촬영을 했던 로드리고 가르시아의 감독의 데뷔작으로 99년 선댄스영화제에서 시나리오 부문의 상을 받았다. 〈후라이드 그린 토마토〉의 존 애브넛이 이 영화의 제작을 맡았다.

영화는 이번 칸 영화제 '주목할 만한 시선'의 오프닝 작으로 상영될 예정이다.

27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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