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해외칼럼

‘국민의 행복’은 어떻게 잴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학

히말라야 산맥의 작은 왕국 부탄은 두 가지로 유명하다. 하나는 관광객을 줄이려고 비자 발급 비용을 많이 받는 것이고, 또 하나는 국내총생산(GDP)보다 ‘국가총행복(Gross National Happiness)’을 높이는 정책을 유지하는 것이다. 두 가지는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관광객이 많이 오면 경제는 활성화시키지만 환경과 문화에는 해를 끼칠 수 있다. 결과적으로 국민의 행복을 감소시킨다.

 나는 처음 국민의 행복을 극대화하려는 부탄의 목표가 정치적 슬로건에 불과한 건 아닌지 의심했다. 지난달 부탄의 수도 팀부에서 지그미 틴리 부탄 총리와 제프리삭스가 공동 주최한 ‘경제 발전과 행복’ 콘퍼런스에 참석한 뒤 부탄의 정책에 슬로건 이상의 무언가가 있음을 알게 됐다. 나는 틴리 총리가 공식적인 환영 인사를 하고 집무실로 돌아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국가 정책적으로 행복을 증진시키는 문제에 대한 사려 깊은 연설을 했다. 그 뒤 그는 이틀하고도 반나절 동안 행사장에 머무르며 적절히 토론에 참여했다. 장관들도 여럿 참석했다.

 유사 이래 행복은 좋은 것으로 여겼다. 문제는 어떻게 행복을 정의하고 측량하느냐다. 우리가 일생 동안 경험하는 즐거움의 총량이 고통의 총량을 넘어서는 것을 행복이라 볼 것인가. 아니면 우리가 삶에 만족하는 정도를 행복이라 볼 것인가. 전자는 사람들이 경험한 긍정적인 순간을 모두 더한 것에서 부정적인 순간을 빼는 방식이다. 후자는 사람들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느냐?”고 묻는 방식이다.

 첫 번째 방식으로 조사하면 나이지리아·멕시코·브라질·푸에르토리코의 행복지수가 높게 나온다. 의료나 교육 수준, 삶의 양적 표준 등 객관적인 지표보다 민족 문화와 깊은 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방식으로 하면 덴마크나 스위스 같은 잘사는 나라가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다른 언어와 다른 문화 속에서 진행된 질문과 답변이 정말 같은 의미를 갖는지는 의문이다.

 우리는 대부분 소득이나 GDP보다 행복을 증진시키는 데 목표를 둬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 그러려면 행복을 측정하는 객관적 척도가 있어야 한다. 행복을 어떻게 측정할 수 있을까. 12년 전 부탄 정부가 발족한 부탄 연구 센터는 8000여 명의 부탄인들을 인터뷰한 결과를 토대로 작업 중이다. 이 인터뷰는 응답자들이 자신의 삶에 얼마나 만족하는지를 묻는 주관적인 요소와, 의료나 교육 수준 등 객관적인 요소를 같이 물었다. 이러한 다양한 요소들이 서로 얼마나 연관돼 있는지는 지켜봐야 한다.

 지난 7월에 열린 유엔총회에서 만장일치로 궁극적인 인간의 목표로서 GDP 대신 행복을 추구해야 한다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은 13일 개막해 이달 말까지 진행되는 제66회 총회 기간 중 행복과 복지를 주제로 한 토론 패널로 부탄을 초청했다. 이 토론은 행복과 복지 위주로 국자 정책을 재정립하려는 세계적인 추세를 반영한다. 이러한 노력이 행복을 한 국가의 목표에 그치지 않고 세계적이고 궁극적인 목표로 만들어가기를 바란다.

피터 싱어 프린스턴대 교수·생명윤리학
정리=이에스더 기자 ⓒ Project Syndica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