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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날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이외수 작가 입담에 큭큭 터지는 웃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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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22일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열린 독서나눔 콘서트에서 강연한 소설가 이외수. [강정현 기자]

“코끼리가 날 수 있다면 무슨 일이 생길까요? 우선 전깃줄 지름이 지금보다 더 굵어져야 끊기지 않겠죠. 또 누군가는 코끼리가 싼 대변에 맞아 죽을지도 몰라요.”

 까르르 웃음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입심 센 할아버지의 구수하면서도 쫀득한 이야기에 연신 고개가 끄덕여졌다.

 게다가 65세 노인의 패션감각은 또 어떠한가. 분홍빛 셔츠, 착 달라붙는 청바지, 초록색 운동화에 넥타이까지. 관객들이 신기해했다. 귀를 쫑긋 세우고 그의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 22일 오후 진행된 제1회 독서나눔 콘서트의 풍경이다.

 ◆심청이는 과연 수청을 들까=‘독서나눔 콘서트’는 책 읽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키자는 취지로 기획됐다. 문화체육관광부·중앙일보 공동주최다. 첫 번째 콘서트엔 스타 작가이자 90여만 명의 트위터 팔로워를 이끌고 있는 이외수(65)씨가 나섰다. 콘서트장은 서울 서초구 국립중앙도서관에 마련됐다. 300여 명의 독자들이 함께했다.

 이 작가의 말은 자연스러우면서도 콕콕 쏘는 맛이 있었다. “변 사또가 남원 고을에 내려갔더니 춘향은 없고 심청이만 있더랍니다. 어찌하겠어요, 심청이라도 수청을 들어야지. 그래서 명했답니다. 이때 심청은 뭐라 답했을까요? 트위터엔 이런 답이 올라왔습니다. 공양미 삼백석 콜!”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재미있으시죠? 하지만 이런 대답이 무려 80%입니다. 이런 안이한 발상으로는 새로운 것을 창출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겁니다. 더 기발해야 합니다.”

 문답식의 대화는 객석을 끌어당기기에 유효했다. 이 작가는 결론까지 한걸음에 내달렸다. “창조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창조력이 커 갑니다. 사물을 찬찬히 보세요. 사물과 얘기를 나누고, 만져보고, 뒤집어 보세요. 거기서 새로움이 나옵니다. 그걸 더 단단히 뒷받침해 주는 건 바로 책 읽기고요.”

 ◆글 한 줄의 힘=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여중생이 마이크를 잡았다. “국어 공부가 재미 없습니다. 낱말에 밑줄치고 이런 뜻이라며 외우고 하는데 이게 맞나요?”라고 했다. 이 작가는 신랄하고 명쾌했다. “뜯어놓은 시계가 갑디까? 자기가 쓴 글이 시험문제로 나왔는데 작가가 반밖에 못 맞혔다고 하데요. 문학은 분석보다 감상을 해야 합니다.”

 젊은이를 향한 위로와 격려, 그리고 따끔한 일침도 빠지지 않았다.

 “대학가에 서점이 없고 술집만 있습니다. 세상에 무통분만(無痛分娩·산모가 산통을 느끼지 않고 분만하는 일)이란 없습니다. 무슨 일이든 10년은 매달려야 달인이 됩니다.”

 독서의 중요성도 빠지지 않았다.

 “태산 같은 지식이 티끌만한 깨달음만 못할 수 있습니다. 아는 것이 독서의 목적은 아닙니다. 단순한 앎이란 지식이며 심장이 더해지면 지성, 사랑까지 합해지면 지혜가 됩니다. 때론 글 한 줄이 밥 한끼를 능가합니다. 독서란 성공의 지름길이며 영혼의 구원자이기도 합니다.”

 이외수 작가로부터 촉발된 독서나눔 콘서트는 앞으론 지방을 찾아갈 예정이다. 독자와 저자의 소담스런 대화가 계속 이어진다.

글=최민우 기자
사진=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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