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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신드롬은 국민 경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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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언주
변호사

‘안철수 신드롬’의 여운이 가시지 않고 있다. 많은 국민이 안철수 신드롬을 감동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자신의 기득권을 과감하게 포기할 줄 아는 양보의 미덕과 진정성 때문이다. 정치권에 대한 실망의 반영이기도 하다.

 국민의 경고는 분명하다. 첫째, 안 교수는 중도를 표방하고 나섰다. 그의 중도주의는 이념을 근간으로 하는 정당정치에 앞뒤가 맞지 않는 모순처럼 공허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탈(脫)이념이 아니라 이념을 표방하는 정당의 정치행태가 바뀌어야 한다는 점이다. 한국정치는 이념을 앞세워 심하게 대립해 왔다. 대결적 이념구도는 한국정치를 투쟁의 장으로 변질시켜 버렸다. 지금 국민은 욕설과 드잡이, 토론과 타협이 사라진 이전투구의 정당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

 둘째, 배려의 실종이다. 정치는 타협이다. 타협은 야합이 아닌 토론에 의해 합의되는 민주주의의 꽃이다. 국민은 안 교수가 보여준 양보와 배려에 갈채를 보낸다. 양보와 배려는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요구다.

 마지막으로 정치권은 대결적 구도를 바꾸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 예컨대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는 일이다. 소선거구제는 승자독식의 정치구조를 강화해온 제도다. 소선거구제 선거제도 아래에서는 다양한 스펙트럼의 이념이 존재하기 어렵고 극단적인 경우 모든 유권자가 서로 아군 아니면 적군이 된다.

 복잡한 현대사회에서는 서로의 이해관계나 가치관, 그리고 삶의 경험들이 다양할 수밖에 없다. 이젠 다양한 이념적 스펙트럼을 선거를 통해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아야 할 시대가 되었다. 안 교수처럼 안보는 보수지만 경제는 진보인 사람이 설 자리가 지금까지는 마땅치 않았다. 다양한 가치관이 공존할 수 있는 정치구조를 만들어야 할 때다.  

이언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