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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미궁속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타이거스

중앙일보

입력

해태 타이거스는 성적만으로는 자타(自他)가 공인하는 한국 프로야구의 명문 구단 중 구단이었다. 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두산 베어스(OB 베어스 시절 포함) 등이 겨우 2번의 우승을 차지할 정도로 힘든 한국시리즈 우승을 무려 4년 연속 1번, 2년 연속 1번을 포함하여 도합 9번이나 했다.

또한 타이거스는 통산 1100승에 빛나는 김응룡감독을 주축으로 김봉연,김일권, 김성한,김종모,이상윤,한대화,선동렬,이순철,조계현,이강철,이종범,임창용,양준혁 등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들의 집합소였다. 이러한 이유로 타이거스는 우승과 더불어 관중을 몰고 다니는 한 마디로 한국 프로야구의 대표적인 구단이었다.

이런 타이거스가 믿을 수 없는 9연패를 당했다. 타이거스가 1982년 창단이래 단 한차례도 없었던 9연패라는 치욕을 맛보고 있다.13일 현대 유니콘스와의 수원 원정경기에서 정민태에게 3안타 완봉패를 당해 자체 팀신기록을 세우더니 14일에는 4대 3의 역전패를 당해 9연패의 나락으로 빠져 들었다.

지난 19년 동안 5번의 7연패는 있었어도 단 한차례도 없었던 9연패의 원인는 과연 어디에 있을까? 많은 요인이 있겠으나 필자는 그 책임이 구단 자체에 있다고 본다.

그동안 타이거스는 ‘타이거스 식 연봉’ 이라고 하여 역대 수 십 명의 슈퍼스타들의 연봉 까지 대부분 타 팀의 주전 정도 밖에 주지 않을 정도로 인색했다. 그리고 1992년에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고졸 1차지명을 한 광주일고-연세대 출신의 박재홍을 1996년 유니콘스에 돈을 받고 지명권 양도한 것을 시작으로 최근 5년동안 제대로 된 신인 하나 건지지 못하였다.

서재응(뉴욕 메츠)와 김병현(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등 연고지역의 특급 고졸 선수들도 돈 몇 푼을 아끼다 대부분 스카우트에 실패하면서 선수공급이 모자라기 시작했고, 타이거스의 버팀목이던 선동렬, 이종범, 조계현, 임창용, 양준혁등 슈퍼스타들도 거의 현금으로 팔아 버렸다. 판 돈 중 일부라도 팀 전력 향상을 위해 특급 용병이나 신인들을 스카우트 혹은 선수단의 사기진작에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 많은 돈들이 구단 밖으로 새어 나갔다.

어려운 팀 형편 상 현금 트레이드 한 부분에 대해서는 눈감아 주더라도 팀 전력 향상에 대해서 너무나 안일한 자세로 대처한 부분은 용납을 할 수 없다는 것이 타이거스를 아끼고 사랑하는 이들 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모든 사람들의 한 목소리다.

이런 연유로 올 시즌 타이거스의 전력은 전력대로 쇠약하고 인기는 인기대로 급락하는 타이거스 역사상 최대의 위기가 찾아온 것이다.

에이스 이대진이 5월 4일 올시즌 첫선을 보이기 시작하였으나 지금 당장 예전의 구위를 회복할 것으로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그리고 삼성 라이언즈에서 데려 온 박충식도 수술로 인해 올 시즌은 포기해야 한다.

4월 돌풍을 일으켰던 최상덕과 곽현희 마저 5월 들어 주춤하고 있다. 평균 정도는 해줘야 할 중견 투수 오봉옥, 곽채진 등도 성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 소소경, 유동훈, 윤형진 등 젊은 투수들은 아직도 부족한 점이 많다.

예전에 장타자 일색이었던 타이거스는 이제 홈런을 제대로 쳐 주는 타자도 없을 정도로 소총부대로 전락했다. 그렇다고 타율이 3할이 넘는 타자가 즐비한 것도 아니다. 상대를 압도할 만한 타자가 거의 없다. 이런 상태에서 팀이 이기기를 기대하는 건 사치에 가깝다.

그런데 이런 위기 상황을 구단 프런트에서는 선수들 책임으로 돌리고 있어 사태의 심각성은 더 하다. 선수들이 예전만큼 끈기와 패기가 없다는 둥 건성으로 경기를 치루고 있다는 둥 납득이 안가는 이유를 대고 있다.

선수를 대표하는 상조회장 이호성의 리드쉽에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나 근본적인 문제인 팀 전력 문제를 선수들 나약한 정신자세로 가리기엔 너무나 크게 보인다.

요즘 유달리 한숨을 내뱉는 빈도가 많은 김응룡감독을 지켜보고 있으면 안타까운 맘 금할 길 없다. 단기간에 빠져 나올 수 있는 미궁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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