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감 인사이드] “의원님 자료는 2004년 통계 아닌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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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자료도 없이 제 통계가 틀렸다고 하시는데, 장관님이 그렇게 대단한 기억력의 소유자입니까?”(이종걸 민주당 의원)

 “그게…, 2004년 자료 아닌가요?”(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사진)

 “아니 지금이 2011년 9월인데 2004년 자료를 갖고 와서 말씀드리겠습니까?”(이 의원)

그러나 박 장관의 답변대로 2004년 통계가 맞았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재완 장관의 막힘 없는 답변이 화제다.

 박 장관은 19일 이종걸 의원과의 통계 설전에서 완승하며 전문성을 과시했다. 이 의원은 한국의 공공부문 종사비율이 5.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4%)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했다. 이에 박 장관은 “그 통계는 2004년 것이고, OECD와 통계기준이 달라 과소 추정된 것”이라고 바로잡았다. 재정부 장관 취임 후 첫 국정감사를 ‘혹독한 신고식’으로 별렀던 의원들은 박 장관의 차분하면서도 단호한 답변과 반박에 할 말을 잃는 경우가 많았다.

 박 장관은 ‘부드러운 리더십’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잠재우려는 듯 시종일관 적극적인 답변 태도로 일관했다. 특히 통계 수치나 용어 개념이 틀린 질문에는 “제가 알기론 그렇지 않습니다” “그건 사실과 다릅니다”라며 즉석에서 수정해 기선을 제압했다. 의원 질의의 거의 대부분을 국감장에 배석한 담당 간부진의 도움 없이 직접 답변해 주목을 받았다. 재정부 관계자는 “이렇게 장관 혼자 모든 질문에 답변하는 경우는 굉장히 이례적”이라며 “각 부서의 국감 자료를 대면보고 없이 e-메일로 받아 밤을 새우며 읽어 완벽하게 현안을 이해한 것 같다”고 말했다.

 몇몇 지적에 대해선 “논리가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며 자기 주장을 펼치기도 했다. 20일 이용섭 민주당 의원이 “부자감세 등 낮은 조세부담률이 재정 적자를 초래했다”고 지적하자 “지나친 일반화의 오류”라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런 논리라면 홍콩·싱가포르 등 복지수준이 높지만 조세부담률이 10%대 수준인 나라에서 (재정위기가) 가장 먼저 발생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험악한 분위기의 설전은 박 장관이 “소득 기준 향상에 따라 적정 조세부담률을 가져가야 하고, 이를 위해 세입 기반을 넓혀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말하는 선에서 마무리됐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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