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기의 마켓워치] 유럽 재정위기로 널뛰는 글로벌 증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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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재정위기가 한 고비를 넘겼다. 그리스가 긴축 실행을 약속하자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은 내달 중 추가 구제금융을 결정하겠다고 화답했다. 주요국 증시는 안도랠리를 펼쳤다.

 하지만 유럽발 위기는 일시 휴전으로 봐야 할 것 같다. 구제금융에 앞선 그리스 재정 실사 과정은 지뢰밭이다. 긴축에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사태도 예상된다. 시장은 여전히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리스 국채의 CDS(신용부도스와프)상 디폴트 확률은 좀 낮아졌다곤 하지만 계속 90% 선 이상이다.

 스마트한 투자자라면 그리스의 디폴트와 유로존 탈퇴는 시간 문제일 뿐 결국 거쳐야할 수순으로 보고, 냉정히 기다리고 있을 듯 싶다. 위기의 절정을 불확실성이 해소되는 시장의 바닥시점으로 역이용하겠다는 심산이다. 과거 아르헨티나 등의 사례를 보면 디폴트 선언 이후 글로벌 증시는 용수철처럼 반등한 적이 많았다.

 그러나 이번에는 꼭 확인해야 할 전제가 있다. 디폴트의 쓰나미가 포르투갈까진 몰라도 이탈리아와 스페인으로 밀려들진 말아야 한다는 사실이다.

 이탈리아는 국가 채무가 1조9000억 유로(2900조원)인 세계 3대 채무국이다. 이탈리아 방파제가 무너지면 2008년 금융위기 이상의 대혼란이 야기될 게 뻔하다. 지금 유럽 각국과 미국·중국 등이 그리스를 얘기하면서 속으론 ‘이탈리아 구하기’ 해법에 골몰하는 이유다.

 ‘이탈리아까지 죽기야 하겠느냐’는 생각을 갖기 쉽지만, 유럽연합(EU)의 태생적 한계에 비추어 끝까지 애간장을 태울 것이다. 연내에 뭔가 가시적인 수습책이 나올 것이란 관측이 있지만 내년으로 넘어갈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비관이든 낙관이든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오르락 내리락 헛바퀴만 돌리는 ‘초피(choppy) 장세’가 상당기간 이어질 공산이 크다. 안전밸트를 단단히 채우고 실탄을 아껴둬야겠다. 여유를 잃지 않고 중심을 잡는 이들이 최후의 승자가 될 것이다.

김광기 머니&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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