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골치 아픈 자산, 해외펀드-국내주식- 부동산 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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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수퍼리치 속내 들여다보니

부자들이 상속·증여와 관련된 세금에 민감한 것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지만 요즘 부쩍 각별해지고 있다. 초강력 전산시스템으로 무장한 국세청의 감시망을 좀처럼 피해가기 힘든 세상이 됐기 때문이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사업승계 및 상속·증여 등 ‘부의 이전과 연관된 세금’이 이들의 최대 고민거리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절반(48%)이 이 문제를 관심사로 꼽았다. 이상근 삼성생명 강남 FP센터 FP(파이낸셜 플래너)는 “과거엔 과세당국이 부동산 취득 등에 대한 ‘자금출처’만 물었지만 요즘에는 이에 더해 소비와 금융투자 등을 종합 파악해 과세한다”고 했다. 예컨대 3년간 달랑 2000만원의 소득을 신고했던 사람이 연평균 4회 해외여행을 했고, 매년 신용카드를 5000만원 썼으며, 주식을 1억원어치 샀다고 하자. 이런 경우 그 기간에 따로 취득한 부동산이 없어도 십중팔구 세무조사 대상이 된다는 것이다. 이 FP는 “이제 미리미리 물려주고 소득은 정확히 신고하면서 떳떳하게 합법적으로 절세하라고 고객에게 조언한다”고 말했다.

 수퍼리치의 다음 관심사는 널뛰는 주식시장과 세계 경제 동향(25%)이었다. 그러나 이들은 ‘유럽 재정위기’에도 가볍게 움직이지 않았다. 응답자의 81%가 8월 이후 투자 포트폴리오 비중을 바꾸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유는 ‘일단 관망’(41%)이 가장 많았고 ‘기다리면 회복된다는 학습효과’(40%)도 크게 작용했다. 이진호 신한은행 잠실 PB센터 팀장은 “많은 자산가가 2008년 이후 주식 관련 비중을 줄였고, 올 들어 코스피지수가 2000 위에 있을 때 꾸준히 이익을 실현해 이번 급락에 동요가 덜했다”고 전했다.

 또 수퍼리치는 과거 부의 증식에 크게 기여했던 부동산에 대한 시각도 바꿨다. 가장 줄이고 싶은 자산으로 해외펀드(54%)와 국내주식(23%)에 이어 부동산(19%)을 꼽았다. 이제 돈이 안 되는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나 땅에 미련을 버린 것이다. 권태혁 우리은행 투체어스센터 부지점장은 “이미 사둔 주택의 경우 용산 등 요지에 있다면 싸게 급처분할 생각이 없어 보유하지만 새로 사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또 “신규 투자용으로는 수익형 부동산만 찾는다”고 전했다. 세후 연 5~6%의 수익률이 목표다. 다만 시가 50억원 이상의 강남 부근 빌딩은 최근 한 차례 손바뀜이 이뤄져 적절한 투자 물건 찾기가 쉽지 않다. 김강호 삼성생명 서초 에이전시 대표는 “고객 의뢰로 물건을 찾아나서다 보면 이미 예상 수익률이 4% 밑으로 떨어진 경우가 많았다”며 “요즘 수익형 부동산에 쏠리는 높은 관심에 비해 실제 투자로까지 이어지기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10억원대의 빌딩은 투자 대상 찾기가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우리은행 권 부지점장은 “경기도권에서는 6%대의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물건들이 있다”며 “다만 거리가 멀어지면 관리가 어렵고 서울 중심지에 비해 환금성이 떨어지는 약점이 있다”고 조언했다. 부자들은 전체 자산 중 비중이 과한 부동산을 줄일 목적으로 언제 주택값이 반등할지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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