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대한상의도 '정보통신 날개 단다'

중앙일보

입력

''굴뚝산업에 정보통신의 날개를 달자. '' 17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9일 취임한 박용성(60)OB맥주 회장은 지난 두달 동안 전국의 62개 지방상의를 일일이 찾아가 이렇게 회원들을 설득했다.

실천을 강조하는 그는 취임식장에서 대한상의 식구에게 다섯 가지의 변화를 주문했다.

대한상의가 전통산업에 정보통신을 접목하는 일을 주도하는 것을 비롯해대외 통상협력과 민간 경제외교 채널을 구축하며회원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사무국 업무를 원점에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또 ''대정부 건의 실명제'' 를 도입해 경제단체로서의 정책 기능을 높이고사무국 임직원에 연봉제와 인센티브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朴회장은 벤처기업에 가입 문턱을 낮추고 벤처기업과 주한 외국기업의 최고경영자를 부회장단에 영입해 상의 조직에 새 바람을 불어넣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디지털 시대의 화두인 온라인.오프라인 기업간 조화와 국제화.지방화 시대의 과제인 국내외 네트워크 구축을 다른 경제단체보다 앞장서 해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를 위해 5만여 회원사를 홈페이지와 e-메일로 묶어 경영정보를 공유토록 해 대한상의를 장차 국내 B2B(기업간 전자상거래)네트워크의 중심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재계는 지난해 말부터 위상이 약화된 전국경제인연합회의 기능 재정립이 요구되는 상황에서 대한상의가 1970년대 이후 빛바랜 국내 최대.최고(最古) 경제단체의 자리를 되찾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해석했다.

朴회장은 이날 기자들에게 "앞으로 경제단체장이 모이는 기사를 쓸 때 대한상의를 맨 앞에 넣어 달라" 는 주문을 거듭했다.

대한상의의 한 임원은 "朴회장의 독특한 스타일이나 최근 행적을 놓고 볼 때 업무 구상이 빈말로 끝나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2003년부터 회원사가 알아서 가입하는 식으로 바뀌기 때문에 이제 가만히 앉아서 회원사가 납부하는 회비로 적당히 운영하는 체제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자성론도 대한상의 내에 일고 있다.

지난 12년 동안 대한상의를 이끈 김상하(金相廈)삼양사 회장이 온화한 관리형이라면 신임 朴회장은 야전사령관 스타일이다.

직원이 초안한 취임사가 성에 차지 않은 朴회장은 취임일 새벽 두시까지 직접 원고를 다듬었다.

그는 외환위기 상황에서 두산의 구조조정을 진두 지휘했다.

이 과정에서 그는 ''나에게 걸레면 남에게도 걸레'' (구조조정하려면 알짜기업을 팔아야 한다는 뜻)라는 특유의 ''걸레론'' 을 전파해 ''구조조정 전도사'' 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컴퓨터.오디오.여행광이며 특히 해외출장 중 여객기 안에서 노트북에 업무 구상을 빽빽하게 쳐 도착지 공항에 내리자마자 전송해 업무를 지시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두산의 2대 회장인 고(故)박두병씨의 3남으로 선친에 이어 대한상의 회장에 올랐고 국내외 명문대에서 수학했으며 이론.실무에 정통해 ''준비된 회장'' 으로도 평가받는다.

朴회장은 "회비를 내지 않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으며 특히 중소업체 회원의 이탈이 문제" 라며 "대한상의 조직부터 먼저 변신하고 회원사의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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