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열전] 유로 2000을 빛낼 스타 (2) - 알레산드로 네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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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의 영원한 우승 후보 중 하나인 이탈리아.

유로 2000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번 대회에서 지난 68년 대회 이후 두 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는 이탈리아. 그러나 우승의 관건은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 때와 마찬가지로 아마도 맞붙게 될 상대 팀들의 전력에 앞서 부상 중인 주전 선수들의 회복 등 팀 컨디션과 관련된 내부적인 요인에 의해 더욱 크게 좌우될 전망이다.

현재 부상 중인 선수로는 팀의 주전 스트라이커인 비에리를 꼽을 수 있고, 미드필더인 푸세르를 비롯 델 피에로, 네스타 등이 잔부상에 시달리고 있다.

또한 지난 일요일 파르마전에서 시즌 첫 리그 필드골을 기록하기도 했던 델 피에로와 최근 8경기째 골가뭄에 시달리고 있는 필리포 인자기, 그리고 소속팀에서 올시즌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지 못하고 있는 베테랑 미드필더 알베르티니 등의 컨디션이 아직 제 궤도에 오르지 못했다 할 수 있다.

한편 아직 대표팀서 제 포지션을 찾지 못하고 있는 신예 토티의 자리 역시도 디노 조프 감독으로서는 곤란을 겪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모든 문제들이 남은 기간동안 적절히 해결되어만 준다면 이탈리아가 노리는 두번째 유럽 정상 등극은 그리 멀지만은 않은 얘기일 것이다.

이는 이탈리아가 자랑하는 빗장수비가 그들의 뒤를 든든히 받치게 될 것이고, 그 선봉에 설 선수가 바로 오늘 소개하게 될 알레산드로 네스타이기 때문일 것이다.

1976년 3월 19일 로마에서 출생한 이 소년은 8살때 등 부위의 문제에 대한 의사의 운동 권유로 축구공을 차기 시작했고, 9살 당시 우연히 신문에 난 라치오의 유소년 선수 모집공고를 본 라치오의 골수 서포터였던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테스트를 거쳐 라치오의 유소년 팀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그는 밀란, 인터, 유벤투스의 유소년 팀과 상대하며 그 가운데서도 출중한 활약을 펼쳐 최우수 선수상을 수상하는 등 나날이 향상되어가는 기량을 뽐내기도 한다.

하지만 성장과 더불어 등 쪽의 고통은 더해만 갔고, 자칫 선수생명이 중단될 위기를 맞게 되기도 한다. 회복이 힘든 상황이었지만 축구에 대한 그의 열정은 결국 그로 하여금 다시 축구화를 신을 수 있게 만들고야 만다.

그러던 그가 정식으로 축구 선수가 된 것은 17살 때인 1993년 여름이며, 이듬해 봄 당시 팀의 감독이던 현 대표팀 감독 디노 조프가 우디네세와의 원정 경기 후반 카시라기를 대신해 교체 투입시킨 것이 그의 공식 데뷔전인 셈이다.

이후 '94~'95시즌 새사령탑인 제만 감독하에 포지아와의 경기에서의 눈부신 활약으로 세간은 그를 주목하기 시작한다.

경기후 구단주 베를루스코니가 프랑코 바레시의 후계자로 손색이 없다는 평가를 내릴 정도로 그의 가능성에 관심을 내비추던 밀란을 비롯 명문클럽으로부터 이적제의가 잇따르지만, 그의 가치를 이미 인정한 라치오는 이에 아랑곳 않는다.

그 뒤 그는 라치오의 주전 중앙 수비수로 활약하게 되고, 1998년 밀란과의 결승전에서 세번째 골을 작렬시키면서 팀을 사상 두번째 이탈리안 컵 우승의 감격으로 이끈 것은 물론, 다음해 열린 컵위너스컵과 '트레블'을 달성하며 유럽 최고 클럽의 자리에 등극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한 유럽 슈퍼컵을 우승시키면서 90년대 신흥명문 라치오의 황금시대를 여는 주역 노릇을 해나가게 된다.

"그가 얼마나 훌륭한지는 말로 형용할 수 없을 정도다."라며 현재 라치오의 감독 에릭손 역시도 팀의 주장을 맡고 있는 네스타에 대한 신임을 아끼지 않는다.

네스타의 대표팀 경력은 이에 비해 화려하진 않다.

말디니 감독이 21세 이하 대표팀을 맡고 있던 당시 그에 의해 발탁된 네스타는 21세 이하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이탈리아가 스페인을 결승서 승부차기로 꺾고 우승하는데 일조하며 대회선정 최우수 수비수에 선정되는 영광을 안고, 아리고 사키감독이 맡고 있던 대표팀에 부상으로 도중하차한 페라라를 대신해 뽑히기도 했지만 정작 유로96 본선에서는 경험부족을 이유로 출장하지 못하는 설움을 맛보아야 했다.

또한 우리 대표팀과 맞붙기도 했던 아틀란타 올림픽에서도 예선탈락의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더우기 아쉬운 것은 바로 지난 '98 프랑스 월드컵이다. 주전 수비수로의 활약이 기대되었던 월드컵이라는 꿈의 무대에 앞서 그는 또다시 좌절해야만 했던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갖은 오스트리아와의 평가전에서 오른 무릎의 인대가 파손되는 중상을 입고 수술대에 올라 월드컵은 물론이고 이후 6개월간이나 그라운드에 나서지 못하는 비운을 겪게된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그에겐 유로 2000 무대가 기다려질 수밖에 없다. 날랜 스피드와 탁월한 경기 운영능력, 상대공격수를 효과적으로 제압하는 기술. 이 모든 것이 이 스물 네살박이 청년을 현역 최고의 중앙 수비수 가운데 하나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게 만드는 이유인 것이다.

지난 발렌시아와의 챔피언스 리그 8강 1차전 경기 5대2 대패라는 결과가 말해주 듯이 이제 그가 없는 라치오는 상상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그가 없는 이탈리아 역시 아직 미완성에 불과하다.

최고의 수비수로 이미 공인된 말디니와 네스타, 그리고 카나바로. 이들이 버티고 있는 철벽 수비진을 보며 흐뭇해할 디노 조프의 마음을 헤아리기는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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