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북한군 열병식에서 여군들이 앉은 무기,알고보니 농기계 '트랙터'…'아연실색'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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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정보를 다루는 중국의 한 사이트에 올라온 사진. 트랙터가 뒤에 무기를 끌며 열병식에 참여했다. 북한 여군들이 트랙터가 끄는 무기에 앉아있었던 사실이 이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북한군 열병식에 농기계 트랙터가 등장했다. 수 많은 군인들이 무리 지어 행진하고 탱크 등 각종 군사 무기가 등장하는 열병식은 북한에서는 최고의 위엄을 강조하는 행사다.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참석하며, 최근에는 후계자 김정은 조선노동당 부위원장이 동석하고 있다.

그런데 이 행사에 신형 탱크도 아닌 농기계 트랙터가 등장해 아연실색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북한 정보를 다루는 중국의 한 사이트에 트랙터가 뒤에 무기를 끌며 열병식에 참여한 사진이 올라왔다. 농촌에서 쓰이는 트랙터와 같은 것이다. 트랙터 뒤의 무기는 다연발로켓으로 보인다.

최근 국내 언론들이 북한의 군사열병식을 전하며 게재했던 사진. 북한 여군들이 다연장 로켓을 실은 차량에 탑승해 있다. 이 차량은 트랙터였다.[출처=조선중앙통신.연합]

여군들이 4명씩 짝을 지어 총을 가슴 쪽으로 받친 채 부동자세로 앉아 있다. 여군이 앉아있는 사진은 국내 상당수 언론들이 '미사일 위에 앉은 여군' 등의 제목으로 북한의 군사열병식을 전하며 게재했었다. 하지만 실제로는 트랙터가 끄는 무기에 앉아있던 사실이 이 사진을 통해 확인됐다.

이 사진을 본 중국 네티즌들의 반응은 조롱조이다. "어차피 트랙터는 도로가 없는 들판에서 쓰이니 도로사정이 열악한 북한에서 안성 맞춤일 것" "시설(도로)이 없어 산을 많이 횡단해야 하니 어쩌면 트랙터를 무기로 쓰는 건 당연" 등의 댓글을 달며 북한의 실상을 비꼬았다.

북한에서 트랙터는 아주 소량 생산된다. 제작된 트랙터는 대부분 관광객이나 기자 등 외국인에게 체제를 선전할 목적으로 건립된 집단농장에 배치된다. 일반 농촌에서는 트랙터를 구경하기 힘들다. 농민들은 호미와 낫 등 손으로 농사를 짓는다. 이번에 군사열병식에 등장한 트랙터는 선전용 집단농장에 쓰기 위해 생산된 것들인 셈이다.

북한 농가에서 쓰이고 있는 트랙터.

어찌 됐든 농사용으로 제작된 트랙터가 군에서 쓰인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내에서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자원이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얘기다. 최근에는 DMZ 안 북한군 진영에서 현대의 소형트럭인 포터가 군용으로 쓰이는 장면이 목격되기도 했다. 한국의 지원물자가 군용으로 전용되고 있다는 증거다.

최근 북한군의 환경은 매우 열악한 실정이다. 만성적인 식량난도 그렇거니와 운송 수단도 형편없다. 목탄을 때서 사용하는 구형 트럭, 일명 '도라꾸'가 대표적인 군 수송차량일 정도다. 도라꾸는 경운기에 시동을 걸 듯 엔진에 린치를 꽂아 돌려서 시동을 거는 구닥다리 트럭으로, 시도 때도 없이 검은 연기가 치솟는 등 고장이 잦다. 트럭 짐칸에 목탄을 때서 발생하는 증기로 엔진에 동력을 전달한다. 한국에선 1960년대에 모두 사라졌지만 북한은 러시아제 '도라꾸'를 아직도 쓰고 있다.

김진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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