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공학의 윤리] 1.유전자 조작…날개없는 닭도 닭인가-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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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과학기술의 최대 관심분야로 떠오른 정보공학은 머지않아 생명공학에 그 자리를 내어줄 것이다.

이유는 생명공학이 유전공학과 생식기술을 융합해 생물종들 사이의 경계, 생물과 무생물 사이의 경계를 해체함으로써 생태계의 질서를 뒤흔들고, 인간과 인간 이외의 동물, 남성과 여성 사이의 경계를 불분명하게 만듦으로써 전통적인 인간상을 붕괴시킬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의 유용성을 열성적으로 전도하는 사람들은 슈퍼작물과 슈퍼가축이 등장해 식량문제가 해결될 것이고, 유전자 치료와 유전적 노화기제의 완화 기술로 평균수명이 수십년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예견한다.

그리고 유전적으로 ''인간화된'' 동물 장기의 대량 생산으로 이식용 장기부족 사태가 해결될 것이고, 멸종 위기에 처한 동물을 복구하는 등의 찬란한 미래를 그려낸다.

물론 이런 미래상은 일부의 우려나 저항, 기술적인 어려움에도 자본의 힘을 업고 대체로 실현될 것이다.

그렇지만 암초를 간단히 피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슈퍼작물과 슈퍼가축이 다른 ''저품질'' 로 판명된 작물과 가축을 모두 쓸어버리면서 동시에 그에 대응하는 슈퍼박테리아가 나타났을 때 모든 작물과 가축의 멸종이 초래될 수 있다.

아울러 인간의 평균수명이 1백년을 넘게 되면 인구.세대.노동과 관련해 예기치 못했던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고, 동물 장기 이식으로 동물에 서식하는 바이러스들이 인간에게 침투할 경우 새로운 질병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생명공학 시술자들은 완벽한 기술과 세심한 주의로 이런 암초를 잘 비켜갈 수 있을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생명공학의 심각성은 그런 작은 기술적인 문제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생명공학은 머지않아 유전자를 마음대로 조작해 맞춤동물.맞춤인간을 만들고야 말 것이고, 전자공학.정보공학.나노기술과 결합해 인공갠?생명체도 아닌 존재를 만들어내려 할 것이기 때문이다.

어느 분자생물학자가 경고했듯이 유전자를 끊임없이 개량한 결과 ''인간'' 과는 생식도 불가능한 슈퍼 인간종(種) 이 등장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평범한'' 인간이 설 자리는 과연 어디인가.

생명공학이 초래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문제는 바로 이같은 인간 존재 자체의 부정일 것이다.
현대 생명공학은 인간에게 진화를 지배할 수 있는 능력을 부여했다.

그러나 결국 인간을 소멸시키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그 기술이 존재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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