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인터넷 기업 도산.합병 위기

중앙일보

입력

중국의 인터넷 혁명이 채 시작되기도 전에 난관에 빠졌다.

중국의 인터넷 인구는 작년 한해동안 4배나 늘어 890만명이 됐고 올해 최고 3천만명까지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나 그동안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던 인터넷기업들은 이미 고통의 늪에 빠져 있다.

최근 상하이에서 열린 업계 간담회에서 전문가들은 지난 6개월간 상업 웹사이트 개설 붐이 불어 현재 9천개 이상이 영업중이지만 이중 최소 70% 이상이 연말까지 도산하거나 타사에 합병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인터넷 회사들은 절반 이상이 자금의 60-80%를 홍보 및 광고비로 사용하는 등 돈을 물쓰듯 하는 투기적인 회사가 대부분이다. 또 독자적 아이디어 없이 미국의 인터넷 비즈니스 모델을 베끼고 회사 관리도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문제점도 점차 부각되고 있다.

게다가 인터넷 서비스와 콘텐츠 제공 회사에 새로운 규제를 가하려는 중국 당국의 태도도 인터넷 기업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은 수입 오디오 및 비디오 제품을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시켰다.

중국에서 e- 비즈니스라는 개념은 작년부터 사람들의 관심 대상이 됐으며 작년의 e-비즈니스 거래액은 5천500만위앤에 달했다.

중국 정보산업부의 한 연구에 따르면 작년 인터넷 거래를 제공한 사이트는 1천100개였지만 이들의 거래가 중국 전체 판매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018%에 불과했으며 올해에도 1%를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분석됐다.

벌써 적지않은 인터넷 회사들은 경쟁에서 탈락했다. 베이징에서는 학생들이 창업한 16개 회사중 오직 2개만이 살아남았으며 온라인 서점 2백여곳중 40개가 벌써 폐점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중국에서 4가지 모델의 인터넷 회사만이 살아남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첫째는 후발업체들이 새로 진입하기 어렵게 이미 장벽을 높인 기업들로 이 유형에는 포털 사이트들인 신아 닷 컴(Sina.com) 소후 닷컴(Sohu.com) 등이 꼽힌다.

둘째는 기존 회사들의 비용을 절약하고 효율성을 강화하는데 기여하면서 확실한 수익모델을 갖춘 웹 사이트로 기업간 거래 사이트들이 대표적인 유형이다.

셋째는 거대 벤처 캐피털 회사들이 선호하는 인터넷 회사로 미국의 인터내셔널데이터 그룹에 따르면 인터넷 회사의 성공조건중 하나가 수중에 많은 돈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넷째는 기존 전통 회사에서 인터넷 회사로 변신한 기업으로 이들은 이미 브랜드가 알려져 있으며 마케팅 채널과 전문 요원을 다수 확보하고 있어 경쟁에 유리하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중국의 인터넷 회사들도 살아남기 위해 전통적인 미디어 회사와 합병하는 해외의 조류를 따라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인터넷 기업의 한 관계자는 인터넷 사업을 통해 한 탕 하려는 분위기가 진정되고 있으며 벤처 캐피털들도 투자 대상을 선정하는데 점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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