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최형우 저 웃음 뒤엔 2군 설움 있었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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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최형우

2군 홈런왕이 4년 만에 1군 홈런왕 등극을 눈앞에 두고 있다.

 삼성의 4번 타자 최형우(28)가 프로야구 최고 대포로 우뚝 올라섰다. 2007년 2군 리그에서 타격 7관왕에 오른 지 4년 만이다. 그는 올해 타율 0.329, 27홈런·97타점을 올리며 삼성의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다.

 그동안 최형우를 따라다닌 ‘찬스에 약하다’ ‘주자가 없을 때만 홈런을 친다’는 지적도 이젠 맞지 않는다. 그는 올 시즌 결승타 부문 1위(16개)에 올라 있다. 최형우는 “기술적인 변화는 밀어치기 능력을 키운 것 딱 하나다. 경험과 노하우가 생겨 노린 공을 잘 받아치는 것이 정확성과 장타력이 함께 좋아진 비결”이라고 말했다.

 최형우는 홈런·장타율(0.608) 1위와 타점 2위를 달리고 있다. 홈런은 2위 이대호(롯데·23개)를 4개 차로 밀어내 타이틀 획득이 유력하다. 이대호도 “올해 홈런왕은 최형우”라며 경쟁자의 손을 들어 줬다.

 관심사는 타점왕 경쟁이다. 이대호가 101타점으로 최형우에게 네 개 앞서 있지만 삼성이 롯데보다 5경기를 더 남겨 역전 가능성이 있다. 최형우는 “가장 하고 싶은 건 홈런왕이지만 타점왕도 욕심이 난다. 100타점 목표까지 세 개 남았는데 일단 그것부터 넘기겠다”고 말했다.

 최형우의 야구인생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지금의 그가 있기까지는 2군에서 흘린 눈물이 자양분이 됐다. 최형우는 2002년 전주고를 졸업하고 2차 6순위(전체 48번)로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 그러나 포수로서 수비에 약점을 드러내며 3년간 6경기 출장에 그치다 2005년 방출됐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경찰 야구단에 입단한 최형우는 외야수로 전향하며 수비 부담을 덜고 방망이에 집중했다. 타격 기량이 나날이 늘어 2007년 84경기에서 타율 0.391, 22홈런·76타점 등으로 타격 7관왕에 올랐다. 당시 김정택 상무 감독이 경찰청 홈인 벽제구장에서 경기를 할 때면 왼손타자 최형우의 장타력을 의식해 우측 담장에 설치된 그물까지 넘겨야 홈런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2군 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선 최형우는 각 구단의 입단 제의를 마다하고 그를 버렸던 삼성의 손을 다시 잡았다. 2008년 1군 무대에 복귀한 그는 19홈런으로 신인왕을 차지했고 올 시즌 1군에서도 최고 자리에 올라섰다. 최형우는 “예전엔 2% 부족하다는 말을 들었다. 하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우철 기자

◆프로야구 전적(15일)

▶잠실 SK 11-2 LG ▶청주 롯데 12-7 한화

▶목동 두산 3-7 넥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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