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양 ‘중·남미 자원개발’ 승부수 적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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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정준양 포스코 회장(왼쪽)과 콜롬비아 자원개발 회사인 블루 퍼시픽의 세라피노 이아노코 회장(오른쪽)이 1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콜롬비아 자원개발에 협력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가운데)도 참석했다.


“한국의 포스코야말로 콜롬비아 자원개발에 꼭 필요한 회사입니다.”

 지난달 초 콜롬비아의 수도 보고타의 대통령궁에서 후안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대통령을 만난 정준양(63) 회장의 말이다. 콜롬비아의 자원개발 사업 진출을 타진하기 위해 나선 자리였다. 정 회장은 포스코의 사업 경험과 포스코건설, 대우인터내셔널 등 포스코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를 강조했다. 산토스 대통령은 한 시간 동안 계속된 정 회장의 열변을 묵묵히 들었다. 그리고 “콜롬비아는 매장된 석유량이 풍부한 나라다. 석유 운반에 중요한 파이프 사업을 포스코가 맡아 줬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정 회장이 올 들어 중남미 지역에 승부수를 던졌다. 이 지역의 자원개발과 철강사업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중남미는 리튬·석유·철광석과 같은 자원이 풍부하고 도시기반 건설 사업 등의 기회가 많아 최근 글로벌 기업들의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는 지역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한 길이듯 기업의 도약과 도태도 서로 다른 길이 아니다. 도전적인 자세로 남이 꺼리는 곳까지 과감히 진출해 새 사업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 회장의 신념이 행동으로 실현됐다. 정 회장은 올 상반기에만 이 지역을 두 번 방문했다. 콜롬비아 파이프 사업 기회를 잡기 위해 대우인터내셔널과 태스크포스(TF)를 꾸리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정 회장이 ‘중남미 쪽 자원개발에 포스코가 나서야 한다’고 출장 내내 말할 정도로 이 지역에 애착이 크다”고 전했다.

 노력 끝에 성과도 거뒀다. 리튬 추출 파일럿 생산시설 건설(칠레), 도시건설 프로젝트(온두라스) 등에 참여하기로 했다. 15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콜롬비아 자원개발 전문회사인 블루 퍼시픽과 합작회사를 세워 광물자원을 공동 개발하기로 양해각서도 체결했다. 이날 행사에는 정 회장 외에 방한한 산토스 대통령도 참석했다. 또 공공서비스 사업 전문기업인 파날카 그룹과 송유관용 배관 공장을 짓기로 했다.

 우리 정부도 콜롬비아 건설 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나섰다. 15일 지식경제부는 한국과 콜롬비아가 유전 개발과 관련 인프라 건설 사업을 공동 기획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 사업이 100억 달러 이상 규모의 대형 사업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가 송유관용 배관 공장을 건설하기로 한 것 외에 SK이노베이션·석유공사·동양시멘트가 현지에서 탐사작업을 하고 있다.

한은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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