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투자하는 세계의 부호들 … 또 다른 승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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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세계의 부호들이 ‘축구’를 사들이고 있다. 축구에 돈이 몰리고, 그에 따라 각국 리그의 판도도 달라졌다.

 잉글랜드에서는 오랫동안 중위권을 전전하던 첼시FC와 맨체스터 시티(맨시티)가 강팀이 됐다. 스페인에서는 1부와 2부 리그를 전전하던 말라가가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러시아에서는 2010년 1부로 승격한 안지FC가 주목받고 있다. 중국에서도 2부 리그에서 올라온 광저우 헝다가 23경기 무패행진(16승 7무)을 기록하며 선두에 나섰다. 이들은 조 단위 순자산을 보유한 부자 구단주가 사들인 구단들이다.


 자수성가한 부호들이 축구단에 투자한 경우가 많다. 로만 아브라모비치(45) 첼시 구단주는 유대계 가정에서 태어났다. 세 살 때 아버지를 잃고 18세에 어머니까지 세상을 떠나 고아가 됐다. 그는 대학생 때 석유사업을 시작해 자수성가했다. 그는 옐친·푸틴 전 러시아 대통령과 친분을 통해 사업을 키워 억만장자 대열에 들었다.

 아브라모비치는 2003년 1억4000만 파운드(약 2450억원)에 첼시를 인수했다. 이듬해 감독과 선수 영입에 8800만 파운드(당시 환율로 1702억원)를 쏟아부었다. 첼시는 2004~2005시즌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올랐다. 1955년 이후 50년 만의 일이었다. 2005~2006시즌에도 우승해 2연패를 달성했다. 2009~2010시즌에도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중국의 광저우 헝다의 구단주 쉬자인(53)은 1958년 중국 허난성 타이캉에서 태어났다. 어릴 때 어머니를 잃고 홀아버지 밑에서 가난하게 자랐다. 10년 동안 고향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다 대도시인 광저우로 이주했다. 사업가로 성공해 1996년 헝다그룹을 세웠고, 부동산 사업 성공으로 중국 5대 부자로 꼽힐만한 거부(巨富)가 됐다. 쉬자인은 2010년 2부 리그에 있던 광저우 구단을 인수했다. 그리고 이장수 감독을 영입하는 등 공격적인 운영으로 팀을 키웠다.

 축구계의 또 다른 큰손은 중동의 오일 거부들이다. 특히 왕족들이 축구단을 인수하고 운영하고 있다. UAE 왕족인 셰이크 만수르(41)는 2008년 맨시티를 인수했다. 만수르는 올 시즌을 앞두고 7600만 파운드(약 1316억원)를 투자했다.

카타르의 왕족인 압둘라 나세르 알타니(44)는 2010년 560억원을 들여 말라가를 사들였다. 알타니도 이적 자금으로만 3100만 유로(약 450억원)를 풀었다.

 서정민 한국외국어대 국제지역대학원 중동학장은 “중동에서는 축구 말고는 즐길거리가 많지 않다. 중동에서 잘나가는 스포츠 클럽을 살펴보면 구단주가 왕족이다. 중동 지도자들은 스포츠 클럽을 통해 국민에게 인기를 끌고, 정치·사회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스포츠로 돌려놓는다”고 설명했다.

장원재 스포츠 평론가는 “아브라모비치 등 축구단을 인수한 구단주들 가운데는 어릴 때부터 축구단을 운영하고 싶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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